정상회의 쟁점과 전망-(하)비경제 분야 현안은 뭔가

입력 2005-11-16 09:45:20

北核입장 정상선언서 밝힐 듯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경제·무역 관련 현안들을 다루기 위해 출범한 국제 기구이지만 지난 2001년 9·11 테러사태 이후 테러문제를 주요 의제에 포함시킨 것을 계기로 비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부산 정상회의에서는 북핵 문제 역시 비공식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문제는 이번 APEC 기간 중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 간의 잇단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 본격 조율된다. 이 문제가 역내의 원활한 경제·무역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측면에서 APEC 정상회의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진 뒤 정상선언문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된 공동 의지가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APEC 정상회의 의장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정상회의 폐막 직후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거듭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상회의는 또 19일 이틀째 회의에서 '안전하고 투명한 아·태 지역'이란 의제 아래 대(對) 테러 협력, 전염병에 대한 공동 대응, 재난 대응, 에너지 안보, 반(反) 부패 등 비경제 현안들을 논의하게 된다.

테러 문제는 2003년 방콕 정상회의 때부터 '인간 안보'라는 틀 속에서 포괄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번 부산 회의는 테러에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회원국들 간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방사선원(Radioactive Source) 수출입 및 관리강화 방안', 싱가포르는 '전 공급망 안전(Total Supply Chain Security)'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

전염병에 대해선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을 계기로 역내 전염성 질병에 대한 공동 대응체계 논의가 본격화했다. 즉 2003년 방콕 정상회의에서 '보건 안보에 관한 별도 성명'이 채택됐으며, 미국을 의장국으로 하는 보건대책반도 같은 해 10월에 설립됐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관련, 신속하고 투명한 보고 및 정보교환 등 공동대응 방안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남아시아를 휩쓴 쓰나미와 미국의 허리케인 등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된다. 이미 지난 3월 고위관리회의 때 APEC 자연재해 및 긴급사태 대응전략을 채택하고 긴급사태 대응대책반도 발족했다.

이번 부산 정상회의는 재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APEC 차원에서의 구체적인 협력과 각국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의 문안을 정상선언문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안보 문제는 2000년 브루나이 정상회의에서 제기돼 이듬해 상하이 회의에서는 석유시장의 불안정성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대처하기 위한 장·단기 대응방안을 명시한 '에너지 안보 이니셔티브'가, 2004년 칠레 회의에서는 이에 따른 포괄적인 행동계획이 각각 채택됐다.

이번 회의는 특히 고유가 지속에 따른 APEC 차원의 대응 방안 및 주요 에너지 자원의 수급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반부패 문제와 관련해선 지난해 산티아고 회의에서 채택된 반부패 공약 및 행동계획을 토대로 회원국별 연례 보고서를 제출토록 함으로써 APEC 반부패 행동계획의 집행력을 확보하고, 부패행위자 처벌을 위한 사법공조 등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직자 부패뿐 아니라 민간 부패 척결의 중요성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며,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에 참가하는 각국 기업 대표들도 반부패 서약에 서명한 뒤 정상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부산 회의에서는 노 대통령이 역내 국가 내, 그리고 국가들 간의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동 노력 문제를 제안할 예정인 만큼 이 문제가 논의 과정을 거쳐 정상선언문에 명시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사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두번째)과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맨 오른쪽)가 16일 오전 부산 벡스코 APEC 합동각료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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