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돌려줄 수 있다면 아끼고 또 아껴야죠."
대곡중학교는 올해 학교 도서관과 음악실, 양호실을 새롭게 단장했다.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인 타 학교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선생님들의 노고가 묻어있는 소박한 시설이다. 학교 운영비를 아끼고 아껴서 마련한 1천700여만 원으로 학생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시설을 리모델링한 것.
학교 운영비를 절약하기 위해 교사들은 교구 하나 장만하는데도 몇 번의 고민을 거듭했다. 쓰던 교구를 재활용하고 종이 한장도 아껴서 사용했다. 살림하는 주부가 10원짜리 동전 하나도 고심해서 쓰듯 학교 살림을 꾸려간 것이다.
대곡중학교가 지난해부터 허리띠를 졸라맨 것은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구자순 교장은 "교육청의 예산을 받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여건 속에서 공부를 할 수가 없다"며 "하루라도 빨리 학생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생각해낸 고육책"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아낀 예산으로 4층 구석에 버려져 있던 도서관을 학생들이 드나들기 편리한 1층으로 이전하고, 학교 곳곳에 나뒹굴고 있던 쓰지 않는 서가와 책걸상, 책을 한데 모아 새단장했다. 방음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다른 반 수업에 피해를 줬던 음악실도 재단장했다. 양호실에는 학생들이 쉴 수 있는 4개의 침대와 휴게공간도 마련했다.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학생들의 독서공간 마련. 구 교장은 "도서관 현대화 사업을 통해 시설을 개선한 학교를 보면 학생들이 앉아서 책 읽을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쉬웠다"며 "모양새보다도 더 많은 좌석에 신경써 70여 석을 만들었다"고 했다.
환경이 바뀌자 학생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일단 책과 친구가 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 먼지와 적막감밖에 없었던 도서관이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된 것이다. 특히 방과 후 별달리 갈 곳이 없었던 저소득층 학생들이나 학원을 갈 동안 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려는 학생, 점심시간을 쪼개 책을 읽으려 달려오는 도서관 '단골손님'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도서관 관리를 맡고 있는 조진애 사서보조원은 "하루에 드나드는 학생수가 200여 명에 이른다"며 "매일 대출·반납되는 책도 100여 권"이라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형편 닿는데로 책을 채워넣어도 책은 늘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만 500만 원어치의 책을 새로 구입했지만 학생들의 독서열을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구 교장은 "지금까지는 시설 확충에만 온 힘울 기울여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뤘지만 내년부터는 한 권의 책이라도 더 구입해 학교 도서관이 대곡중 학생들은 물론 인근 주민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 학교운영비를 절감해 리모델링한 대곡중학교 학교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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