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수능 어려울까봐 걱정

입력 2005-11-15 10:59:23

문 : 고1, 고3 학생이 있는 엄마입니다. 고1은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잘했는데 고등학교에 와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왜 원상회복이 안 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고3은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긴 하지만 문제가 어렵게 나올까봐 걱정을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충고의 말씀 부탁합니다.

답 :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얼마 후부터 성적이 뚝 떨어져 다시는 제자리를 못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도 원상회복이 되지 않으면 학생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학생의 능력을 의심하고 결국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는 그 과정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어느 시점에서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을 못 쳐 성적이 떨어질 경우,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질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시험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하며, 자녀의 마음에 심한 부담감을 줍니다. 학생은 학생 나름대로 반성하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 노력의 과정이 예전처럼 즐겁지 않고 계속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여러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생산성은 전과 같지 않습니다.

드디어 시험날이 다가와서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이때 학생은 시험 자체에 몰입하여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시험지에 쏟아 넣지 못하고 원래의 성적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풀이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문제지 사이로 부모님과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고 뒷일이 걱정되어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이렇게 하여 시험을 망치게 됩니다. 그 다음 시험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결국은 원상회복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하게 됩니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좌절의 순간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이때 주변 사람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남이 말하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반성하며 몹시 괴로워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의 능력을 신뢰해 주고 따뜻하게 격려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생활에서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심하게 꾸짖으면 학생은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가장 상처를 주는 것은 남과 비교하여 꾸짖거나 무엇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이 갖고 있지 않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자녀가 바람직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각시키고 칭찬을 해 주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는 신뢰감을 보여주고 그런 다음에는 조용히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학생 자신도 주변의 질책과 우려를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질책과 관심을 자신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질책하고 걱정하는 부모님과 선생님께 반항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모든 활동을 제한당하여 손발을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생명 유기체의 핵심적 생명활동은 변화에 있습니다. 확신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내가 소망하는 바대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문제지를 받기 전에 자기가 받길 기대하는 점수를 미리 마음속으로 정해 놓고 시험에 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문제가 쉬우면 상대적 난이도는 생각하지 않고 우선 힘이 납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어렵다고 생각할 때는 자기가 기대하는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당황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평소의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시험을 망치게 됩니다.

수능 시험을 목전에 두고 '내가 어려우면 남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법이다'라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수능시험은 수험생 상호간의 상대적 위치를 결정하기 위한 시험입니다. 따라서 난이도는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께서 지나치게 난이도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원점수 500점 만점에 300점을 맞은 학생이 전국 수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 성적이 비슷한 학생끼리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그 점수 차이는 누가 시험을 치는 순간에 조금 더 침착하고 적극적이었느냐의 차이인 것입니다.

이제 각오를 새롭게 하고 결전의 의지를 다져야 할 때입니다. 늦게 자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생활을 낮 주기로 바꾸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몸이 축 늘어지고 집중이 잘 안 될 경우에는 간단한 맨손체조로 전신을 한 번씩 긴장시켜주면 활력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부모님은 가능한 한 친지나 친척들의 격려 전화도 수험생에게 직접 연결해 주지 말고 내용만 간단히 전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일관성 없는 격려는 오히려 수험생에게 부담과 혼란을 줄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시험이란 쉽든 어렵든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입니다. 난이도를 생각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윤일현(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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