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후유증…영덕 젊은층 "떠나겠다"

입력 2005-11-14 10:36:10

'방폐장 반대한 군민, 영덕경제 책임져라.'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7번 국도변에 나붙은 현수막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에 실패한 영덕군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둘러싸고 내홍이 커지고 있다.

군청 홈페이지에는 연일 이와 관련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가 하면 지난 9일 열린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는 의장 대행으로 격려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부의장에게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원용 부의장은 "표결 때만 반대토론을 했을 뿐, 유치과정에서는 군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서 일절 찬반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방폐장 왕따'도 생겨나고 있다. 반대단체에서 활동했던 한 식당 주인은 "처음에는 다수 군민들이 찬성하는 마당에 반대하니 손님이 줄었다고 생각했으나 투표가 끝났는데도 여전하다"며 "알고 보니 의도적으로 이용을 외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다수 회원이 방폐장을 반대한 강구대게상가연합회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 한 식당 업주는 "저녁에 술자리에라도 나가면 반대한 사실을 나무라 시비가 붙는 경우가 잦아 회원들이 출입을 가급적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찬성이나 반대나 모두 영덕을 위한 것인데 찬성만 잘했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불평했다.

젊은층의 상실감은 더욱 심각한 국면이다. 임모(45·영덕읍) 씨는 "이제 기댈 언덕이 없어졌다"면서 "가족들이 먹고 살기 위해 부산으로 가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진작부터 도시로 나갈까 고민했는데 방폐장 유치운동이 벌어져 결과를 지켜봤다"면서 "주변 친구들 상당수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전했다. 젊은층의 이탈은 가뜩이나 인구가 적어 위기 속으로 빠져 들고 있는 영덕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역 지도층 인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포항 이주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모 공무원은 "방폐장이 들어오면 자립형 사립고 육성 등의 공약이 발표돼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다"며 "아이 교육을 위해 출·퇴근이 가능한 포항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방폐장 실패가 영덕 인구의 포항권 진입에 불을 지피고 있다.

영덕읍의 김정숙(49) 씨는 "군과 지도급 인사, 사회단체들이 주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 군민화합 등의 대책을 이른 시일 내 제시, 군민들의 동요를 막아야 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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