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도로·다리의 난간에 차량이 부딪히는 사고가 빈발하는 데도 차량이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난간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지난 3일 승용차가 동대구역 고가도로 아래로 추락(본지 3일자 4면 보도)한 사고를 계기로 대구 시내 고가도로·교량 난간의 안전성을 전면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난간이 제구실을 못할 경우 차량이 아래로 떨어져 2차 대형사고를 유발하거나 차량 탑승자가 크게 다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구시는 아직 도로·교량 난간의 내구성과 위험도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
◇제구실 못하는 난간=3일 발생한 동대구역 고가도로 차량 추락사고로 탑승자 3명이 크게 다쳤다. 그러나 고가도로 난간이 제몫을 해줬다면 인명 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건설교통부가 2001년 내놓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차량 방호 안전시설' 편에 따르면 동대구역 고가도로 경우 SB4 혹은 SB5 등급에 해당, 무게 14t의 차량이 시속 65~80km의 속도로 난간에 부딪혀도 견뎌내도록 돼 있다(충돌각 15°).
그러나 이번 사고 경우 1.2t 정도에 불과한 승용차가 시속 70~80km(추정)로 부딪혔음에도 난간은 종잇장처럼 뜯겨 나갔다. 난간은 차량이 주행 중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탑승자의 부상이나 차량의 파손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건설교통부는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정해 난간의 안전성을 7등급으로 세분화해 규정하고 있다.
그나마 건교부의 지침은 1997년에야 겨우 마련된 것이어서 1990년대 중반 이전에 건설된 고가도로나 교량 경우 난간의 안전성은 더욱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1990년대 초에는 '도로설계요령' 등으로만 규정돼, 기준이 모호해 제대로 된 성능 평가를 거친 난간을 찾아보기조차 힘들다는 얘기다.
고가도로를 포함한 대구 도심의 다리는 모두 100개. 길이 500m 이상인 1종시설 교량이 19곳, 100~500m인 2종시설 교량이 21곳, 100m 미만의 기타에 속하는 교량이 60개다. 그러나 절반에 달하는 49곳이 1995년 이전에 지어졌다. 특히 길이 100m 미만 다리의 경우 56%에 달하는 34곳이 1995년 이전에 건설됐다.
◇시급한 안전진단=난간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구시는 아직 난간의 안전성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시설안전관리사업소는 동대구역 고가도로와 관련, 지난해 11월부터 올 7월까지 20억 원을 들여 신축이음장치, 옹벽 표면보수 등을 포함한 보수·보강 공사를 마친 상태.
하지만 공사 내용 대부분은 고가도로 전체의 안전성에 대한 것일 뿐 난간에 대한 점검이나 고려는 찾아볼 수 없다. 시설안전관리사업소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2년마다 한 번씩 교량에 대한 정밀 점검을 실시하게 규정돼 있다"면서도 "교량 난간의 경우 육안으로 시설물의 이상 여부를 판단, 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주요 간선도로와 사고 위험 구간의 고가도로·교량의 난간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밀 점검을 통해 나온 난간의 안전성 결과를 토대로 속도 제한과 보강 공사, 전면 교체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
특히 "난간에 부딪히는 충격에 저항할 수 있는 난간 바닥판의 경우 볼트가 풀리거나 콘크리트가 부식된 경우가 태반이지만 아직 제대로 된 점검조차 안 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축 교량의 경우 성능 시험을 통과한 방호울타리 제품만을 사용하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도로교통기술연구원과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실물 충돌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1회 실험에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성능 실험을 기피하는 업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대 토목공학전공 우광정 교수는 "고가도로나 교량의 난간은 2차 대형사고를 막고 인명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대구시내 고가도로·교량 전체에 대한 실제 안전점검이 어렵다면 교통량이 많은 곳을 대상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 안전성을 강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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