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폭탄벨트 채워줬다"
지난 9일 요르단 수도 암만의 호텔 3곳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에 가담했다고 시인한 한 이라크 여성이 13일 요르단 국영 TV를 통해 범행경위를 자백했다. 사지다 알 리샤위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이 여성은 폭탄벨트를 몸에 두르고 남편과 함께 래디슨 SAS 호텔로 가 자폭테러를 감행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결혼식이 열리고 있던 호텔 연회장의 다른 모퉁이를 맡았던 남편은 폭탄을 터뜨리는 데 성공했지만 자신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폭탄벨트를 채워준 사람은 남편이고, 남편이 조작법도 가르쳐 줬다면서 폭발 당시 연회장에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 여성은 남편이 두른 폭탄벨트가 터지는 순간 사람들이 놀라 대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며 자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복장인 흰색 히잡(머리싸개)과 검은 옷차림을 하고 TV에 모습을 드러낸 이 여성은 1970년에 이라크 라마디에서 태어났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라마디는 요르단과 접경한 이라크 알 안바르 주(州)의 행정수도로, 이라크 전쟁 후 수니파 저항세력의 핵심거점이 된 곳이다. 그녀는 지난 5일 위조여권을 들고 남편 및 다른 2명과 함께 요르단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리샤위의 자백 모습을 녹화해 방영한 요르단 국영 TV 방송은 어떤 상황에서 범행경위를 증언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요르단 관리들은 이 여성은 요르단 출신의 이라크 저항세력 지도자로 알려진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를 측근에서 보좌하다 팔루자에서 미군에 사살된 사미르 알 리샤위의 여동생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에 앞서 마르완 무아셰르 요르단 부총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리샤위를 포함해 이번 폭탄테러에 가담한 4명 모두가 알 안바르 출신이라며 이들은 5∼10㎏의 폭약과 인명피해를 키우기 위한 쇠알(볼베어링)이 채워진 벨트를 두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5일 요르단으로 잠입한 뒤 중산층들이 많이 거주하는 암만 시내의 한 아파트를 빌려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르단 정부는 미국인 3명을 포함해 최소 57명을 숨지게 한 이번 테러가 이라크 내 알 카에다 조직의 소행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라크에서 테러세력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테러방지법 제정을 서두르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12일 CNN과의 회견에서 자르카위 조직이 그간의 전술을 바꿔 요르단인이 아닌 외국인들을 테러공격에 투입했다며 그에 맞게 대비책도 바뀌어야할 것이라고 말해 치안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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