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이혼 뒤 외조부모에게 맡겨진 경기 의왕시의 아홉 살짜리 어린이가 혼자 집을 지키다 우리를 탈출한 개에게 참혹하게 물려 죽은 사고가 11일 발생, 가슴 아프게 한다. 몸 수십 군데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사고 이튿날에야 담임 교사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하니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한다. 주변에 누구라도 있었다면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도 구해줄 사람 없는 가운데 공포에 떨며 숨져 간 아이를 생각하면 "이럴 수가!" 탄식만 나오게 된다.
이번 사고에서 한 가정의 불운으로만 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짙은 그늘을 보게 된다. 죽은 어린이는 갓 돌이 지났을 무렵 부모 이혼과 어머니의 재가로 외조부모의 손에서 길러졌다. 외조부모는 충남 당진을 오가며 농사를 짓는 바람에 평소에도 홀로 지낼 때가 많았고, 이번엔 추수 때문에 평소보다 더 오래 집을 비운 가운데 사고가 발생했다.
이제 겨우 초교 3년생인 이 어린이는 외딴 비닐하우스에서 여러 날씩 홀로 생활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보살펴 준 사람은 없었던 듯하다.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복지망은 이토록 허술하다.
우리 사회의 이혼 건수는 지난 16년 간 계속 증가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처음으로 하루 458건씩 찍던 이혼 도장이 381건으로 떨어졌지만 언제 다시 늘어날지 모를 일이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부모의 이혼 등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조부모나 외조부모 등의 손에서 길러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돌봐 주는 이 없이 형제자매끼리 또는 홀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도 많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한동안은 소외계층 아이들의 보호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끄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이내 시들해지고 마는 게 우리 사회다. 모름지기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 속에 예쁘게 커 나가야 한다. 그러나 가정 해체 등으로 인해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외롭게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아이들을 무관심 속에 방치하는 것은 사회적 학대나 다름없다. 최근 정부는 국민에 대한 맞춤 복지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사랑과 복지의 사각 지대에 있는 어린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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