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불경기엔 '1+1+1' 복합가게 뜬다

입력 2005-11-12 09:04:58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게임을 즐기기위해 가끔 PC방에 들른다는 서모(32.대구시 서구 이현동)씨는 며칠전 대구시 중구 동성로의 한 PC방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우선 간판부터가 'PC방+노래방+오락실'로 특이한데다 내부 공간도 컴퓨터와 오락기계, 노래방 시설이 적절하게 나누어져 있었던 것.

그동안 '비디어대여점+도서대여점'이라거나 '편의점+문구점' 등 '1+1' 형태의 복합가게는 많이 있어온게 사실. 하지만 이젠 세개의 아이템을 묶은 '1+1+1' 형태의 복합가게가 경기불황기에 새롭게 뜨고 있다.

서씨가 찾았던 이 PC방+노래방+오락실은 최근 등장한 '사이버 멀티 스테이션'이다. 65평 내부 공간에는 30여 대의 컴퓨터와 10여 대의 오락기계, 6대의 노래방 시설이 적절하게 자리잡고 있다.

컴퓨터 게임을 하다 지루하다 싶으면 노래 한곡 부르고 그 후엔 시뮬레이션(가상) 사격 오락게임을 즐긴다. 덤으로 휴대폰도 무료로 충전해준다.

이용료는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1시간당 무조건 1천 원. 세가지 시설을 따로 이용한다고 생각한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이 싼 가격이다. 그래서 젊은 손님들이 많다. 혼자와서 이곳저곳 누비고 다니는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여자손님도 적잖다. 노래방에서 1시간동안 신나게 노래만 부르기도 하고 자동차 경주게임만 하는 청년도 있다.

1주일에 세번이상 이곳에 온다는 김찬수(21.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시간때우기가 어중간할 때는 4천 원을 내고 5시간동안 놀다가기도 한다"며 "한 곳에서 세가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즐겁다"고 했다.

이곳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주인 박정덕(54)씨의 엉뚱한 발상이 한몫했다. 3년전부터 PC방을 운영해왔으나 수입이 흡족하지 못했다. 이것저것 다해보고 싶은 욕구도 있었지만 '셋 중 하나는 잘 되겠지'라는 생각도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 박씨는 "관리상 문제가 좀 더 신경이 쓰이지만 생각외로 고객이 많다" 고했다.

영화관도 '1+1+1' 복합서비스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내고 있다. 올 6월 대구지역에서 최초로 문을 연 대구 만경관(MMC) VIP상영관 미소(美所)는 세가지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약속시간보다 먼저 온 사람은 전용선이 깔린 특별공간에서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기도 하고 게임도 즐긴다. 커플이 도착하면 이젠 일곱커플(14명)만 들어갈 수 있는 푹신한 특별 좌석에서 맥주, 주스 등 음료를 즐기며 최신 영화를 감상한다. 이후 카페에서 카푸치노, 헤이즐넛 등 고급커피를 마시거나 잡지를 보며 담소를 나눌 수도 있다. 세곳을 모두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1명 당 평일 1만5천 원, 주말 1만8천 원.

9일 오후 이곳에 함께 온 황병주(24)·전은태(22.여)씨는 "카페에서 한시간동안 차를 마시고 인터넷을 2시간동안 하고 영화를 2시간동안 봤다"며 "이곳저곳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좋다"고 만족해 했다.

만경관 운영팀 유은경 주임은 "주말에는 연인들이 이곳의 다용도 편리함 때문에 자주 찾아온다"며 "이런 VIP상영관은 경기가 좋지않은데다 경쟁 영화관이 많이 생겨 어려워지는 영화관의 새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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