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 유전정보 DB化' 입법예고

입력 2005-11-12 09:31:27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같은 강력범죄가 발생할 경우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모발이나 혈흔 등을 단서로 범인을 신속히 검거하는 선진국형 첨단과학수사의 근거법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된다.

법무부는 11일 범죄 예방·수사 목적의 유전자 정보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DB) 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유전자 감식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입법예고했다.

수사기관에서는 지금도 필요시 피의자의 DNA 시료를 제한적으로 채취하고 있지만 이번에 구체적인 근거법안이 마련되면 범죄자의 DNA 정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게 된다.

법안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살인·강도·강간·방화·특수절도·체포감금·약취유인·범죄단체조직·마약·특수상해 및 폭행 등 11개 강력사건 피의자나 수형자, 범죄현장의 유전자 정보를 DB로 관리하게 된다.

유전자정보 관리권한은 검·경에 분산돼 경찰은 구속 피의자로부터 '본인 동의나 법원 영장을 받아서', 검찰은 형이 확정된 수형자로부터 '강제로' 유전자 감식시료(구강점막 등)를 수집한다.

수사기관은 구강점막 채취나 간이채혈 등의 방식으로 얻은 시료를 분석해 부호화한 유전자 정보를 DB로 저장해 관리하다 범죄현장에서 수거한 혈흔·정액·모발등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범인을 식별한다. 이렇게 저장되는 '유전자 정보'에는 개인의 질병이나 유전적 소인 등에 관한 정보는 제외되며 지문처럼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만 수록된다.

감식정보를 DB화한 뒤에는 시료는 폐기해야 하며 피의자나 수형자가 무죄·면소·공소기각·불기소처분 등을 받으면 DB화한 유전자 감식정보도 폐기해야 한다.

또, 국무총리 산하에 '유전자 감식 정보위원회'를 설립해 7∼9명의 위원들이 유전자 감식 표준기법 선정, 감식정보 및 색인사항 변경, 유전자 감정의 질적 관리, 유전자 DB 관리의 감시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유전자 감식정보를 훼손·은닉한 사람은 7년 이하 징역, 업무목적 외에 유전자정보를 누설하거나 허위정보를 입력한 사람, 정해진 용도 외에 유전자 검사를 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며 부정하게 유전자 정보를 제공받은 사람도 2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검찰은 현재 수형자중 1만5천∼1만7천명이 유전자 정보 관리대상에 포함되고 피의자중 연간 3만여명이 해당 범죄로 구속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법안이 시행되면 연간 2만∼3만여건의 유전자 정보 DB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무부와 경찰은 1994년에도 각각 유전자정보은행 설치법안을 마련했지만, 설립주체 문제를 놓고 두 기관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한 데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일부 여론에 밀려 입법이 좌절됐다.

이 법안은 입법예고 기간에 일부 보완된 뒤 법제처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상반기부터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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