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명의 붕괴

입력 2005-11-12 08:57:46

문명의 붕괴 /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 강주헌 옮김 / 김영사 펴냄

과테말라 페텐 주의 북서부 지역. 30m가 넘는 열대의 울창한 정글 위로 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는 회색 피라미드가 고대 문명의 신비를 뽐내고 있다. 마야 문명 유적지인 과테말라 티칼 제1호 신전. 높이 51m의 9층 피라미드 구조로 올려진 왕의 무덤이자 신전이다. 이 피라미드의 정상으로 곧장 연결되는 상승계단을 보고 있노라면미스터리인 고대인들의 기술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1천년 전에 버려진 도시 티칼, 그리고 마야의 도시들. 웅장한 사원과 기념물 등 뛰어난 건축물과 예술적 감각으로 채워진 이 도시들이 결코 '야만인'이 빚어낸 작품일 수 없다. 마야야 말로 콜럼버스가 도래하기 전 신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아메리카 인디언 문명이 꽃피었던 곳이다. 고유한 문자로 많은 기록을 남긴 문명의 본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위대했던 문명은 오늘날 사라지고 없다. 어디 이뿐인가. 앙코르와트의 버려진 신전들, 이스터 섬의 거대한 석상들···. 모두가 미스터리만 남긴채 사라졌다. 이같이 문명이 붕괴하면서 남긴 흔적보다 우리를 더 불안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문명 비판서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펴낸 '문명의 붕괴'는 "과거의 위대한 문명사회가 붕괴해서 몰락한 이유가 무엇이고, 우리는 그들의 운명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이스터 섬의 폴리네시아 문화에서 시작해 아나사지와 마야에서 꽃피웠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화, 그린란드에 식민지를 개척한 바이킹들의 불행, 그리고 현대세계까지 추적해서 재앙의 기본적인 패턴을 찾아낸다.

그는 문명의 붕괴를 가져온 이유로 환경 파괴, 기후변화, 이웃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우방의 협력 감소, 사회 문제에 대한 그 구성원의 위기 대처능력 저하에 주목한다.

특히 환경 훼손에 대한 그의 관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야 문명의 붕괴 역시 인구 과잉과 그로 인한 환경파괴가 그 일차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저자는 본다. 지나치게 많은 농부가 지나치게 많은 땅에 지나치게 많은 곡물을 재배하면서 인구와 자원의 불일치를 낳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삼림파괴, 토양의 침식과 유실로 이어져 결국 식량 부족이 전쟁을 불렀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계는 과연 안전한가. 지난해 말 쓰나미로 시작된 지구의 재앙은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중미의 폭우, 파키스탄의 대지진으로 이어졌다. 이런 자연 재앙의 규모는 한꺼번에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 역시 인간이 무차별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환경파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르완다는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예견한 재앙을 눈 앞에 그대로 펼쳐 보여 주고 있고 제1세계를 향해 질주하는 제3세계의 거인 중국의 환경 문제와 경제는 전세계인을 엄청난 충격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자멸할 것인가, 살아남을 것인가?'하는 두 갈래 선택의 길에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문명의 실패 사례만 소개하지 않고 어려웠던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사회의 성공사례를 일러둔다. 똑 같은 문제에 직면해서도 해결책을 찾아내고 살아남은 사회야말로 미래의 길로 이끄는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그 예로 가혹한 환경 문제를 겪었으면서도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성공에 이르렀던 아이슬란드, 뉴기니의 고원지대, 남태평양의 작은 섬, 그리고 삼림파괴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던 일본의 성공사례가 소개된다.

'지구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경고와 함께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붕괴라는 비극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물음에 대한 해답은 너무도 자명해진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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