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만세-위암

입력 2005-11-11 16:48:25

위암은 후진국 암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개발이 되기 전에는 발생률이 높다가 선진국이 되면서 발생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은 1930년만 해도 암으로 인한 사망률 1위였으나 현재는 인구 10만 명당 남녀 각각 6.6명, 2.6명의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위암 발생률이 남녀 각각 70명과 30명이 넘고 사망률 역시 30명과 17명에 이르러 경제수준에 비해 많이 높다. 일본은 오히려 발생률이 우리보다 더 높다. 이에 비해 태국 방콕과 인도 뉴델리는 상대적으로 경제수준이 낮은데도 발생률은 남녀 모두 5명 이하다. 왜 그럴까?

일반적으로 위암 발생률은 냉장고 보급률과 반비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야채·과일 등의 장기보관을 위해 위암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는 염장 등의 처리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는 김치·된장·국, 일본은 단무지·미소국 등과 같은 짠 음식을 상용하는 반면 태국·인도는 사시 사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넘치고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암을 예방하려면 암 위험요인은 피하고 보호요인은 취해야 한다. 또 개인별로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에 노출되는 정도를 평가, 전체적으로 어느 요인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암의 촉진자로 알려져 있지만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소비하는 인구집단에서는 위암에 거의 영향을 못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위험요인인 헬리코박터균을 갖고 있더라도 보호요인인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한다면 위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우리 고유의 김치와 된장, 그리고 여러 가지 국들이 위암에 아주 나쁜 음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너무 짠 것을 제외하면 나름대로 장점이 많은 음식들이다. 김치, 된장, 국들을 가능하면 덜 짜게 해서 먹는 동시에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된다. 이와 함께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로 위암을 조기발견·치료하는 예방검진 역시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 중 위암 예방과 관련해 권유하고 싶은 것은 바로 쌈이다. 깨끗하게 씻은 신선한 야채에 방금 지은 따뜻한 밥을 싸서 약간의 쌈장과 함께 먹는 쌈은 생각만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이다.

사족을 붙인다면 야채와 과일은 위암 예방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만성병, 특히 순환기계 질환에도 좋은 음식이며 인도가 세계에서 위암뿐 아니라 치매 역시 발생률이 가장 낮은 국가가 된 것은 카레(인도산 심황)와 관련이 많다는 사실이다.

계명대 의대 이충원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