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화 같은 영화 '길' 제작

입력 2005-11-11 16:56:03

강충구 미로비젼 제작이사

강충구(48) 미로비젼 제작이사는 자칭 '할리우드 키드'다. 어렸을 때 하루 십여 편의 영화를 보는 영화광이었다. 전공(경북대 국악과)도 아니고 전문 지식도 없지만 단지 영화가 좋아 영화를 시작했고 이제는 돈을 투자해 제작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영화판에 뛰어든 계기는 동향인 배창호 감독을 만나면서부터. 대구 대봉동 출신의 영화광이 한국 영화에 대한 신념 하나로 무일푼으로 상경, 몇 편의 상업영화에서 스태프로 활동하다 배 감독이 감독한 '길'이라는 독립영화의 제작을 맡은 것이다.

영화 '길'은 전라도를 중심으로 한 한국 자연풍광을 담아내고 있는데 수려한 화면 구성 때문에 한국 문예영화의 거작으로 꼽힌다. 2004년 한국영화 문화상과 같은 해 필라델피아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는 등 작품성도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았다.

내용은 아내의 외도에 실망한 한 남자가 장돌뱅이로 전국을 돌아 다니다 아내와 외도한 친구의 딸을 만나 친구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이다. 강 이사는 이 영화를 통해 해원상생(解寃相生)하는 인생이 가치있는 것이라고 느끼게끔 표현했다고 한다.

'길'을 만들고 배급하는 과정에서 강 이사는 척박한 독립영화 시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각종 상업영화가 판을 치고 사업성 있는 영화에만 매달리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에게 풍경화 같은 '길'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광주와 대구에서 순회 시사회를 개최했지만 서울에서는 극장이 시사회 일정을 연이어 취소하는 바람에 아직도 일반인에게 선조차 보이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강 이사가 한국 영화판의 편협성을 좋게 볼리 만무하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상업영화만 성공하고 대다수 영화는 사장되는 등 흥행과 자본이 좌우하는 영화계는 발전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강 이사는 현재 국회에서 시사회를 계획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통해 영화 '길'의 배급망을 찾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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