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아, 그동안 많이 서러웠지. 요즘 어린이들이 너를 잡기가 어렵다고 사용하기가 까다롭다고 외면해 왔잖니. 대신 포크라는 놈이 나타나 어린이들의 사랑을 야금야금 빼앗아 버렸지. 하지만 이젠 걱정 마. 사람들이 너의 존재를 알아보기 시작했으니까. 특히 11월 11일을 너의 날로 만들자는 움직임까지 있어.
사실 너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지. 특히 서양인들의 입에서 말이지. 프랑스의 기호학자인 롤랑 바르트는 "젓가락은 지식인의 도구이자 손가락의 연장"이라고 극찬했고 그 유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미래혁명'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언도 했어. 그래도 무엇보다 세계적인 우리네 과학자 황우석 박사에게 고마워해야 할 거야. "한국인의 손재주가 뛰어난 것은 쇠 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최근 너를 치켜세웠잖아. 황 박사의 이 한마디 덕분에 사람들의 너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으니까.
젓가락아, 더욱 다행스러운 일은 최근 들어 너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해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거야. 전 세계 병아리 감별사의 70%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니. 병아리 감별사는 좁쌀 크기의 돌기로 암수를 구별해야 하는 고난도의 손 감각이 필요한 직업이야. 이것만 봐도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너를 통해 익힌 손 감각 때문이라고 하지 않니.
이뿐인가. 최근 세계적인 쇼팽 콩쿠르에서 공동 3위로 입상한 임동민'동혁 형제처럼 세계 음악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인들을 보면 너의 역할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어. 양궁도 한번 봐. 수십 년 동안 독보적인 위치를 지킬 수 있는 것도 다 너의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너를 익히면 뇌의 운동 중추에 자극을 주어 두뇌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하고 있잖아.
젓가락아, 그래도 여태까진 많이 마음 아팠을 거야. 최근까지 사실 너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까. 몇 십 년 전만 해도 "너를 못 다루면 상놈"이라고 무척 꾸지람을 들었지. 그래서 당시 아이들은 너를 못 잡으면 '바보'처럼 인식되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 아이들이 너를 잡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옛날처럼 어른들이 관심도 가져주지 않잖아. 이 때문에 학교에 가면 너를 못 만지는 아이가 수두룩하잖아. 어른들까지도 너를 제대로 못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니 너의 마음 이해가 가.
하지만 이젠 목에 힘을 주어도 될 거야. 11월 11일을 너의 날로 만들고 너를 제대로 잡는 방법을 알리기로 한 어른들이 뭉칠 거라니까. 또 상당수 부모들도 너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니까. 지금부터는 너가 주인공이야.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msnet.co.kr
(11월 10일/ 라이프매일 www.life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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