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어떤 좌석이 좋나

입력 2005-11-11 10:31:25

좌석 보면 감동 들린다

어떤 자리를 예매하는 것이 좋을까. 직장 10년 차의 김예술 씨.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공연 한 편을 보기로 마음 먹었다. 신문에 난 각종 공연 알림란을 유심히 살피던 그가 내린 결론은 한 편의 오페라 감상. 하지만 인터넷 예매사이트를 여는 순간, 천차만별의 티켓 가격과 1천 석이 넘는 좌석 중 어떤 자리를 택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무턱대고 좌석 등급을 높이자니 가격이 부담스럽고 등급을 낮추자니 감상이 어려울까봐 걱정이다. 같은 등급도 층에 따라 다르고 전후좌우가 다르다.

인터넷 예매가 보편화돼 관객이 직접 좌석을 고를 수 있게 되면서 흔히 안고 가는 고민거리다. 공연장을 자주 찾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넓은 공연장의 좌석 배치도를 보면서 어떤 자리가 좋은 자리일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공연에 있어 좌석은 중요하다. 좌석을 알면 최고의 감동을 성취할 수 있다.

◇좌석, 어떻게 배치하나

'비싼 자리=좋은 자리'라는 공식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반드시 비싼 자리가 최고의 감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공연 제작·기획사들은 음향 전달, 시각적인 여건, 좌석의 편리성 등을 감안해 보통 좌석의 등급을 정한다. 공연기획 지원클래식 김광한 대표는 "공연제작에 수반된 제반 여건 제작비, 객석 구조, 관람 대상자 등에 따라 좌석의 등급 형태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했다.

등급은 'R' 'S' 'A' 'B' 등 영문 알파벳으로 표기하는데 보통은 4등급 정도로 나눈다. 공연에 따라 2등급만 둘 때도 있고 더 세분화시켜 6등급까지 차별화할 때도 있다.

'R(Royal)'석은 보통 가장 좋은 위치의 좌석.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획사들이 최고 자리에 대한 차별 마케팅 전략으로 R석보다 더 좋은 자리라는 의미에서 VIP석을 두기도 하고, 프리미엄, VVIP 석이라는 이름을 붙인 좌석을 만들기도 한다.

R석은 전체 좌석의 10% 이내, S석은 20~30%, A석은 50%, B석은 그 나머지를 두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때로는 기획사들이 수익성을 보장받기 위해 R석을 지나치게 많이 배정해 빈축을 사기도 한다.

◇좌석을 알면 최상의 감동 성취

관객들은 보통 무대 바로 앞자리를 선호한다. 하지만 공연은 배우의 눈높이가 관객의 눈높이와 일치하는 지점에서 보는 것이 가장 좋다. 대부분의 공연에서 최고자리는 1층 가운데 열의 중간이나 그보다 약간 뒤에 두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가장 비싼 좌석보다는 한 등급 낮은 좌석이 오히려 더 좋은 좌석이 되기도 한다.

지난달 막을 내린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는 1등석인 R석을 1층의 가운데 부분과 2층 앞자리에 배치했다. 배우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한눈에 무대 전체를 볼 수 있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음이 가장 적절하게 귀에 와 닿는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2층의 2, 3열을 R석으로 지정한 데는 '의전'의 이유도 있지만 이곳 역시 시야가 트여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층 첫 번째 열은 난간이 있어 시야를 가릴 수 있어 비교적 티켓 가격이 싼 A석으로 지정됐다. S(superior)석도 관람하기에는 좋은 자리다. 그러나 R석을 중심으로 앞, 뒤, 좌, 우, 그리고 2층의 뒷자리에 배치된 S석 중 과연 어느 좌석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 고민. 개인적 취향이 중요하겠지만 우선 앞쪽의 경우 배우들의 모습을 좀더 가까이 볼 수 있는 대신 고개를 약간 뒤로 젖혀야 하는 단점이 있다. 뒤쪽은 무대를 전체적으로 볼 수는 있지만 거리가 약간 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2층의 가장 뒷열 S석도 마찬가지다. 좌·우측 좌석은 무대 위 배우들이 중앙을 보고 연기를 한다는 점에서 관객과 배우들의 시선과 약간 어긋난다는 점을 빼면 관람하기 좋다.

반면 무대 바로 앞자리는 오페라 공연에서는 비교적 낮은 등급의 좌석이 배치된다. 음악적인 효과도 떨어지지만 1, 2시간 꼬박 고개를 들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 자막을 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오페라와는 달리 마이크를 사용하는 음악공연이나 배우들과 같이 호흡하는 장르의 경우는 이런 좌석 배치는 달라진다. 무대와 가까워질수록 티켓 가격이 올라가는데 배우들의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고 그들이 내뱉는 거친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피커와 가까운 가장자리 열은 공연의 집중도를 떨어뜨려 등급이 낮다.

등급의 경계선 좌석이라면 티켓 값을 조금 더 아끼면서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 등급 구분은 한 줄 차이로 달라져 그 부근은 1등석 못지 않은 2등석이 된다. 이때는 얼마나 예매를 빨리 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공연의 장르와 관람 목적에 따라 좌석을 선정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정승재 공연기획담당은 "1등석에 앉더라도 관람자세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다면 공연이 주는 감동은 얻어 올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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