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면 슈퍼맨이 된 기분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는 한국인 모험가 윤옥환(尹鈺煥·43)씨가 9일 마침내 101번째 나라로 이집트 땅을 밟았다. 그가 외국 땅에서 페달을 밟기 시작한 지 4년4개월만의 일이다. 윤씨가 8㎏짜리 자전거에 모든 인생을 건 동기는 건강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병치레가 유난히 잦았던 윤씨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천식, 비염, 만성위궤양, 장염 등 온갖 병마에 시달리며 항상 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스런 삶을살았다고 한다. 질병 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두고 좌절과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윤씨의 인생은 그러나 97년 말 우연한 계기로 큰 변화를 맞게 된다.
한강에 놀러 나갔다가 다른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고는 "바로 저거다"라는 강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후로 그는 자전거 타는 일에 모든 정력을 바쳤다. 2000년까지 자전거를 타고 한반도 남녘 땅을 서너번이나 돌았다. 그 다음부터 그가 페달을 밟는 자전거의 두 바퀴는 세계를 향해 나아갔다.
2001년 7월 시작한 이후 현재 3번째 계속되고 있는 그의 해외원정 길을 거리로따져보면 약 20만㎞로, 지구를 5번 돌 만큼의 엄청난 장거리 여정이었다. 페달에 발을 올려 놓으면 슈퍼맨이 된 것 같다는 그의 자전거 바퀴가 지나간 국가는 지금까지 이집트를 포함해 101개국에 달하고, 하루 평균 이동한 거리는 200㎞이상이었다.
강이나 바다로 막혀 있으면 가끔 비행기나 선박에 몸과 자전거를 싣기도 했다. 방문한 나라가 많은 만큼 그의 여권은 각국의 비자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여권 4개 가운데 2개를 포르투갈에서 가방을 날치기 당하는 바람에 잃어버렸다.
그는 힘든 여행을 하면서 낯선 땅에서 죽을 고비도 부지기수로 넘겼다. 첫번째 원정 때는 중국을 거쳐 들어간 러시아에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어 부득이하게 중도 귀국해야 했고, 이번 3차 원정 중에는 수단에서 무장괴한들에게 두 차례 납치됐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앙골라에서는 무장강도들을 만나 금품을 털리기도 했다. 치명적인 말라리아도 4차례나 걸렸지만 용케 살아났다. 그는 오지를 여행할 때는 하늘을 이불 삼아 눈을 붙이고 끼니를 거른 적도 많았다며 마실 물을 구할 수 없어 오줌을 받아 마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전거 세계여행 경륜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쌓인 윤씨는 어느덧 외국에서도 유명인사가 됐다. 가는 나라마다 현지 언론이 그에 관한 동정을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윤씨가 찾았던 에티오피아의 한 언론은 '세계의 병을 치료하다(Heal the World)'란 제목을 달아 그의 방문 소식을 전했다고 그 자신이 소개했다.
윤씨의 여정이 언제 끝날 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중동지역과 중남미 및 미국 땅이 그에게는 미답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 땅을 모두 밟고 나서 너무나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북녘 땅에서 페달을 힘차게 밟는 것으로 대장정을 끝내고 싶다고 했다.
"가는 곳마다 사우스(남한)냐, 노스(북한)냐는 질문을 너무나 많이 받았습니다. 힘을 합쳐도 어려운 데 갈라선 채 계속 살 수는 없습니다." 윤씨는 남북통일을 위해 세계를 누비는 광고판을 자처하고 있다.
그의 바랜 옷에는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뜻하는 'One Korea One World'와오는 2016년 하계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 열망을 담은 표어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한편 윤씨의 여행이야기는 개인홈페이지(www.cyworld.com/okhwanstory)나 e-메일(okhwanstory@yahoo.c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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