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홈플러스 전국 최연소 지역 배치
유통업계에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백화점 점장은 50대 중반이 넘어선 이사·상무 등 임원급이 맡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직급은 물론 연령 파괴까지 이뤄지고 있다. 대형 소매점에도 30대 후반 및 40대 초반 점장들이 대거 포진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구 유통업계 변화는 더 크게 눈에 띤다. 롯데백화점과 홈플러스는 전국 최연소 점장을 모두 대구에 배치했다. 이마트 역시 대구 5개점 중 3곳 점장이 40대 초반. 그만큼 대구시장이 유통업계의 격전장인 동시에 관심의 대상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지역 유통업계를 통틀어 최연소 점장은 동아백화점 수성점 이종원 이사. 1972년생인 이 점장은 올해 만 33세. 경북대 불어불문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지난 1월부터 수성점장을 맡게 된 그는 '문화백화점'을 표방하며 점차 수성점을 바꿔나가고 있다. 요즘 그가 읽고 있는 책은 독일 디자이너 크리스티안 미쿤다가 쓴 '제3의 공간'. 회사원들에게 제1의 공간은 집, 제2의 공간은 회사인 셈이다. 제3의 공간은 스트레스를 풀거나 여유를 찾는 공간이다. 이 점장은 "미래형 백화점이 나아가야 할 길은 바로 제3의 공간"이라며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편안히 쉬면서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하루에도 몇번씩 매장을 둘러보는 그는 매장내 직원들과 서스럼없이 대화한다. 직원들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하는 점장은 고객의 구매 패턴도 읽어낼 수 없다는 것. 수성점 외에도 강북점·구미점 등 동아 각 점포마다 점장은 40대 초중반이 맡고 있다.
대구백화점도 지난 1일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종전 임원들이 맡고 있던 프라자점과 본점 점장을 40대 중반 부장과 차장으로 전격 교체한 것. 종전 이사가 맡고 있던 본점장에는 올해 만 44세인 소병간 차장이 임명됐다. 다른 유통업체들에 비해 아직 연령대가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종전 대백의 인사패턴을 감안할 때 파격이라 부를 만하다. 소 점장은 "경영전략상 올해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유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만큼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롯데백화점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6월 대구·경북지역 점장을 대거 40대로 물갈이했다. 당시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곳은 롯데 상인점. 올해 40세인 김세완 상인점장의 직급은 차장이다. 지난해 개점 당시 초대 상인점장의 직급은 부장이었고, 나이는 50세였다. 롯데의 경우 12개 전국 지방점장 중 절반 이상이 40대 초·중반으로 교체됐다. 롯데 관계자는 "갈수록 인사에서 나이와 연차에 대한 배려는 줄어들 것"이라며 "점장뿐 아니라 간부사원도 30대 초반이 요직에 발탁되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 대구점도 지난 1일 점장이 바뀌었다. 올해 만 37세인 이기록 점장. 계명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 97년 홈플러스 오픈 멤버로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말 그대로 승승장구한 케이스. 입사 4년 만에 영남지역본부 인사과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칠곡점 식품 부점장에 발탁된 뒤 올해 홈플러스 전국 1호점인 대구점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이 점장은 전국 50여명 홈플러스 점장 중에서도 최연소. 이 점장은 "철저하게 실무형 점장으로 직원들의 업무를 미리 챙겨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리더십도 과거처럼 '따르라'는 식이 아니라 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 역시 몇 년전 만해도 40대 중·후반 점장이 대세였지만 최근 들어 40대 초반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이마트 대구 5개점의 경우 전국 75개점 중 구성비는 6.7%에 불과하지만 매출 구성비는 8%를 차지한다. 전국 78개 점포 중 매출액 6, 7위권인 만촌점을 책임진 제용현 점장은 올해 만 41세. 지난 1988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지난 2003년 이마트 구미점장까지 역임했다. 제 점장은 "강종식 칠성점장이 만 42세, 이용희 성서점장이 만 44세로 점장급 연령층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며 "그만큼 유통업계는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오히려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젊은 층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주)두합 모다아울렛 최재원 대표이사는 1968년생으로 올해 만 37세. 영남대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26세때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나이를 35살이라고 속이고(?) 지낸 지 10년째라고 말하는 그는 "사업 초기만 해도 나이를 부풀려 말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며 "하지만 갈수록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희박해지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또 "2세 또는 3세 경영인들의 참여가 시작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며 "이같은 유통업계의 연소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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