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물이 휩쓸고 간 극장가를 애니메이션 영화가 메우고 있다. 멜로시즌은 가고 연말 시즌을 겨냥한 판타지 대작은 개봉대기 중인 틈새 시장을 애니메이션 영화가 지키고 있는 것.
8일 현재 맥스무비 예매율에서 1위인 '월래스와 그로밋:거대토끼의 저주'는 가장 인기 종목. 예매율 23.03%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예매율 2위도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인 유령신부. 예매율은 20.70%를 기록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예매율 1.2위를 차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 이 들 두 영화의 예매율을 합하면 43.73%에 이르고 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지금 극장에 내걸린 영화 중 애니메이션 영화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예매율은 현장으로 이어져 지난 주말 박스 오피스에서도 '유령신부'가 1위, '월래스와 그로밋'이 3위를 차지하는 등 내로라 할 영화가 없는 비수기 극장가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월래스와 그로밋'은 영국영화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둘째 주말 첫 개봉 당시 미국 박스오피스의 정상을 차지했던 작품. 크래커에 치즈 발라먹는 것을 좋아하는 발명가 아저씨(월래스)와 그의 충직한 강아지(그로밋)가 마을 야채밭을 위협하는 거대토끼를 쫓는 활약상을 담은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다. '월레스와 그로밋' 단편시리즈와 '치킨런'으로 유명한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가 5년간 공들여 제작한 최초의 '월레스와 그로밋' 장편이기도 하다.
유령신부는 팀 버튼과 조니 뎁 커플을 믿는 영화팬들에게 제격인 영화. 조니 뎁이 윌리 웡카로 분한 '찰리와 초콜렛 공장' 이 올 가을 극장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면 조니 뎁이 주인공 목소리를 더빙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유령신부는 그 여운을 잇고 있다. 기괴한 유령세상을 경쾌하고 활기차게 그린 반면 정작 인간세상은 칙칙한 잿빛으로 그린 그의 유머는 영화의 한 장면만 봐도 팀 버튼 감독의 작품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월래스와 그로밋'은 국내 인지도가 여전히 낮고 '유령신부'도 '마니아를 위해 만든 영화'로 인식되고 있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미국에서는 우리보다 먼저 개봉된 디즈니사의 '치킨리틀'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박을 터뜨렸다. 디즈니가 픽사의 도움 없이 최초로 컴퓨터를 이용해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Chicken Little)은 11월 개봉 첫째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라 기염을 토하고 있다. 3천500만 달러 전후로 예상했던 첫주 흥행수익도 이를 훨씬 뛰어넘는 4천8만 달러에 이르렀다.
치킨 리틀은 하늘이 무너지는 위기(?)로부터 마을을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모험을 감행하는 치킨 리틀의 이야기. '치킨 리틀'은 최근 픽사의 '인크레더블'과 드림웍스사의 '슈렉2' '마다가스카'에 뒤처졌던 자존심 회복을 위해 디즈니의 사활을 걸고 만든 작품. 때문에 수작업까지 포기하고 최신 3D 기술을 도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개봉전 '치킨 리틀'에 쏟아진 영화평은 '매우 유쾌한 가족영화'라는 것과 '끔찍한 영화'로 양분돼 관계자들을 실망시켰던 것이 사실. 하지만 영화평과 흥행은 별개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치킨리틀은 개봉 첫주 흥행에 성공했다. "이 영화의 타깃층인 어린이들은 영화평을 읽지도 않으며 신경 쓰지도 않는다. 설사 부모들이 악평을 접한다 해도 아이들이 보자고 조르면 당연히 극장으로 향할 것"이라는 흥행전문가 폴 더가라비디언의 말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은 영화평론가가 아니라 아이들이 좌우한다는 속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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