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전두엽

입력 2005-11-09 11:34:14

학창 시절 성직자와 군인이 아버지인 두 친구가 있었다. 긴급조치의 으스스한 무게에 짓눌리던 시절 둘은 친구들 사이에 행운아(?)로 불렸다. 둘에게 아버지의 삶은 반항과 거부의 대상이었다. 사회 체제에대한 반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던 시절, 반항할 대상이 가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래도 행운아'로 여겨졌다. 청소년기 자의식의 성장은 부모에 대한 반항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부모는 청소년이 쉽게 자주 만나는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 자식 키우는 사람치고 속이 뒤집어진 경험을 하지 않은 이가 없다. 지각이라도 할까 엄마는 정신없이 서두르는데 정작 학교 갈 아이는 늑장 부리며 애를 태운다. 저도 모르게 부모의 성질을 뒤집어 놓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전문가들은 성 호르몬의 왕성한 분비로 예민해진 감수성에서 찾는다. 부모와 가족 등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고 반항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세우려고 한다고 설명한다.

◇ 뇌 구조의 성장 과정에서 반항심리의 이유를 찾기도 한다. 반사회적 공격성과 폭력성 및 분노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전두엽의 성장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전두엽의 미숙함에도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적잖았다. 어미의 각별한 관심 속에서 자란 원숭이였다. 잘못된 행동에 벌을 주고 긍정적인 행동을 격려하는 어미의 훈련 과정을 받으면서 전두엽 피질 기능이 활성화된 때문이라고 한다.

◇ 누구나 제 자식 가르치기가 어렵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 그래서 학교가 대신 해 주기를 바란다. 공부를 잘하면 금상첨화지만 그렇지 않다면 된 사람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더불어 사는 능력을 원한다. 잘하지 못해도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볼 줄 알기를 바란다. 여행길에서 이곳저곳의 특산품 정도는 외울 때면 신통하고 기특하다. 사회를 바라보는 눈도 밝아졌으면 한다.

◇ 부모들은 내 자식을 투사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 생각, 저 말에 현혹되지 않고 줏대 있게 판단할 줄 알기를 원한다. 정글 같은 사회에서 외톨이나 먹잇감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전교조 교사들의 이념 교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교조 선생님의 올바른 교육 정신을 탓하는게 아니다. 이념 교육은 부작용을 불러온다. 주입식보다 제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 주길 원한다. 교사나 부모는 청소년의 전두엽이 돼야 하지 않을까.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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