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비상사태 선언…'폭력' 진정 조짐

입력 2005-11-09 10:11:53

소요 13일 째 건물·차량 1,100여 대 채 추가 방화…330명 체포

프랑스 무슬림 빈민 청소년들의 소요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8일 밤 자정부터 필요한 지역에 한해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동키로 하는 등 비상 사태를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 당국은 7일 밤부터 폭력 사태가 가라앉고 있다고 밝혀 지난달 27일 사태 촉발 이래 처음으로 진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비상사태법 발동

프랑스 정부는 이날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참석한 비상 각료회의에서 1955년 제정된 비상사태법을 발동키로 결정, 각 지역 도지사들이 필요할 경우 통행금지령을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승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가능성이 제기된 군 동원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통금령은 필요한 지역에 한해 8일 밤 자정부터 시행된다. 프랑스 영토에서 통금령이 발효된 것은 지난 1981년 태평양 섬 누벨 칼레도니에서 폭력사태 해결을 위해 취해진 이후 처음이다. 또 이번 조치로 경찰은 영장없이도 무기가 은닉됐다고 판단되는 곳을 급습해 불시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시라크 대통령은 통금령은 안정 회복을 가속화하려는 조치라며 시민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치안 병력에 추가 대응책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의회에서 "통금령을 어기는 사람은 최고 2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55년 제정된 비상사태법에 따르면 내각이 비상사태 조치를 일단 12일간 시행할 수 있고 연장 여부는 의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1955년 법은 당시 식민지였던 알제리내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 발표 이후 북부 도시 아미앵에서 처음으로 비상사태법에 따른 통금령 실시를 결정했다. 시 당국은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동행인이 없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통행을 금지하게 된다. 내각 결정과는 별도로 파리 북동쪽의 소요 진원지 인근 도시인 랭시의 시장은 이미 7일 밤부터 시 차원의 통금령을 발동했다. 8일에는 중부 도시 오를레앙과 파리교외의 사비니-쉬르-오르주가 통금령을 내렸다. 그러나 정부의 비상조치 발동 직후 야권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공산당 지도자 장-마리 뷔페는 포고령으로 소요사태가 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고 사회당의 로랑 파비우스 전 총리는 비상 조치들이 면밀히 통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빌팽 총리는 이날 하원에 출석해 "우리의 집단 책임은 어렵게 사는 지역을 공화국의 다른 곳들과 같은 종류의 영토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일련의 저소득층 지원대책을 내놨다.

빌팽 총리가 공개한 정책에는 반차별기구 설치, 교외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 2만개 제공, 교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단체에 1억 유로 지원, 감세 혜택이 주어지는 15개 특별 경제구역 창설 등이 포함됐다.

◇ 경찰 "폭력 사태 진정세"

7일 밤 정부의 통행금지령 예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밤새 차량 1천173대와 건물10여 채가 불탔고 330명이 체포됐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경찰 10여 명이 다쳤다.

남서부 툴루즈에서는 청년들이 버스 1대와 승용차 21대에 불을 질렀고 북부 릴과 동부 스트라스부르 근처에서도 승용차들이 불탔다. 미셸 고댕 경찰청장은 그러나 "폭력의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며 특히 파리 외곽지역에서는 지난 밤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밤새 피해 상황은 최근 며칠 간의 상황보다는 다소 약해진 것이다. 6일 밤에는 전국에서 차량 1천400대가 불탔었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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