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따뜻해지니 마음마저 즐겁구나

입력 2005-11-08 14:42:35

쌀쌀해지는 날씨.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날 때다. 이왕이면 알고 마시는 차가 몸에도 이롭고 맛과 향을 더 즐길 수 있을 터.

지난 4일 전통찻집 '가향'(대구시 남구 대명5동)에서 하오명 선불교대학 학장(영남대 약학과 겸임교수)을 만났다. 오는 18, 19일 미국 뉴욕대(N.Y.U)와 뉴욕 주재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의 차 문화에 대해 강연하고 차 우리기 체험행사를 갖는 그로부터 생활 속에 가까이 다가온 차 이야기를 들었다.

"녹차가 몸에 좋지만 몸이 찬 사람은 못 마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차 이전에 먼저 몸을 다스리는 게 중요합니다."

피가 탁하고 혈액 순환이 잘 안 돼 몸이 차지는 것을 다스려주는 게 차라고 말한 그는 생강에 당귀 등 약재를 넣어 달인 물을 꾸준히 마시거나 아침에 생강차를 마셔 몸을 따뜻하게 한 뒤 녹차를 마시면 좋다고 했다.

약학을 전공한 그는 다이어트에 좋은 녹차에 풍부한 비타민 C는 단백질 중 콜라겐의 흡수를 촉진시켜 살결을 탱탱하게 해주기 때문에 여성들이 많이 마시기를 권했다. 녹차의 카페인은 커피의 카페인보다 몸에 흡수가 늦으며, 녹차 속 테아닌(아미노산의 일종)은 뇌 활동을 도와주고 카페인의 작용을 방해하는 역할을 해 수험생들의 균형 맞춘 각성 음료로도 적당하다고 했다.

"녹차 잎에 냉수를 부어 10분 정도 두면 카페인이 우러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낮은 온도의 물에 우린 녹차는 입맛을 잃은 임신부에게 좋지요. 한 미국학자는 카페인이 걱정되면 녹차 잎에 뜨거운 물을 부어 3분 정도 두면 90% 정도의 카페인이 녹아나오므로 그 물을 따라 버린 뒤 약간 식힌 물에 우려 마시라고 합니다."

그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녹차를 마실 경우 1인분(2g)을 하루 3∼5차례 마실 것을 권한다. 한 차례 마실 때 3, 4번 우리는 것이 보통. 녹차를 우려 마신 뒤 남은 차 잎은 카테킨이라는 좋은 성분이 많으므로 모아 두었다가 된장이나 소금을 섞어 나물로 만들어 밥과 비벼 먹으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날씨가 차가워질 때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발효차도 좋습니다. 세작 등 차를 덖어 적당한 습도와 열을 가해 만드는 발효차는 발효과정에서 비타민 C가 없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향이 진해지고 맛이 구수해지는 장점이 있지요."

중국 발효차가 많이 수입돼 우리의 차생활을 흔들고 있다고 우려한 그는 녹차의 묽은 맛을 대체하는 발효차가 국내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산에 나는 국화(山菊)를 가정에서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해 차를 만들어 마시면 그것이 바로 민차(民茶)입니다. 지금 꽃이 피기 시작하는 감국(甘菊)은 향이 은은해 녹차에 띄워 마셔도 좋고 허브 비빔밥 재료로 바로 넣어 먹어도 좋습니다."

그는 민차인 송죽차도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했다. 산에 많은 솔잎과 산죽 잎을 쪄서 말려 잘게 썰어 1대 1 비율로 섞어 놓았다가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면 피를 맑게 하고 고혈압에도 좋다고.

"처음에는 녹차나 발효차를 마신 뒤 감국, 산국, 메밀차, 장미나 해당화 등을 가미해 마시면 맛과 향을 더 즐길 수 있습니다."

그는 차의 좋은 성분을 섭취하려면 티백 제품보다는 차 잎을 우려 마시는 게 좋다고 했다. 또 현미에는 비타민 E 등 비타민이 풍부하고 호르몬의 균형을 맞춰주는 효능이 있어 현미를 볶아 녹차와 반반씩 섞어 우려 마시면 구수한 맛까지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 한국차인연합회 지수차회 손말선 회장이 차 우리기 시연을 하고 있다.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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