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를 앞두고 미리 연습했던 문제가 출제돼 운이 좋았던 같습니다."
지난달 21일 경북고교에서 열린 '2005 대구 고등학생 영어 에세이 경시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허소정(정화여고 2년) 양은 수상 배경을 자신의 영어 실력보다 행운으로 돌리며 겸손해 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고교생 영어 에세이 경시대회는 영어 쓰기 교육을 강화,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내용, 구성, 어휘, 독창성, 어법 등 전반에 걸쳐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한다.
허양은 대회에서 주어진 5개의 주제 중 '우리나라의 저출산율'에 대해 2시간 동안 4페이지의 종이를 채웠다. 주제를 분석하고 개요를 짜는 시간을 제외하면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영어 문장을 써 내려가야 겨우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분량이다. 허 양은 현재 정화여고 영자신문 동아리에서 부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허양이 이렇게 뛰어난 영어실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영어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는 "태어나 세 살까지 미국에서 살았고 대학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4학년 때 6개월을 미국에서 보냈다"며 "태어난 곳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짧은 미국 생활 덕분에 영어가 친근한 언어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영어 공부법은 또래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문법과 단어책 대신 영어로 된소설책을 읽고, 평소 생활 속에서 늘 '이 말을 영어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생각하며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 그녀만의 독특한 영어 학습법. "문법에 맞든 맞지 않든 일단 제 생각을 영어라는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이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가능한 영어를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했죠."
이렇게 영어와 친숙해진 뒤에는 문장을 통째로 암기해 영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이나 신문 등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단어를 메모해두고 글을 쓸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허 양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이란 책을 가장 좋아해 수십 번도 더 읽었다"며 "난해한 문장이지만 매력적인 문체인데다 의식의 흐름을 신기할 정도로 잘 포착해 묘사한 책이어서 영작의 모범으로 삼고 문장을 통째로 외워나갔다"고 했다.
허양의 꿈은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는 것. 대학 입시 준비에 바쁜 고등학생이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4, 5편의 글을 영어로 써 볼 정도로 영어 공부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일단은 대학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뒤 국제기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 계획"이라며 "앞으로 세계인의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한편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기여하고 싶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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