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학대-자살 '가혹한 비극' / '효도-경로' 분위기 회복 절
'늙은 어머니가 죽는 네 가지 방법'이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다. '딸 둘을 둔 어머니는 외손자를 업고 고무장갑을 낀 채 부엌 싱크대 앞에 서서 죽는다.' '아들만 둘인 어머니는 두 아들집을 오가다 길에서 죽는다.'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어머니는 크고 좋은 병원 문 밖에서 죽는다.' '아들이나 딸 하나만 둔 어머니는 뒷방이나 지하실에서 죽는다'고 했던가.
첫 번째 경우는 해야 할 일이 끝도 없으며, 둘째는 아들 둘이 서로 부양을 거부하면서 '떠넘기기'를 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딸은 아들에게 '병원에 모시고 가라'며 돈은 안 내고 아들은 병원 문턱까지만 가는가 하면, 네 번째 경우는 그야말로 갈 데가 없어서다.
우리 민족이 가장 중시해온 덕목은 충효(忠孝), 특히 효도(孝道)사상이었다. 그래서 서양 노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우리의 전통적 경로(敬老)사상도 이 지구촌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미덕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가. 어머니의 죽는 방법 이야기가 단적으로 말하듯이, 세태는 삭막하게 달라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는 빠르게 늙어간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으뜸 수준이다. 지난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선 '고령화 사회'로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로 가면 2018년에 노인 인구 14%가 넘는 '고령 사회', 2026년엔 그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 한다.
벌써 경북 지역은 노인 비율이 올 연말 14.3%로 '고령 사회', 2020년엔 22%로 '초고령 사회'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80대의 치매 유병률이 40~50%라니 큰일이다. 노인들은 가족에게 버림받을까 치매를 가장 두려워한다고 하지 않는가.
얼마 전엔 대구 거주 노인 가운데 30%가 가족의 학대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안겨줬다. '대구시 노인 학대 예방센터'에 따르면, 그런 피해 노인의 절반 이상은 거의 날마다 학대받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이들은 심리적 타격이 커도 마음 놓고 하소연할 데마저 없을 게다. 더구나 치매에 걸리지 않아도 그런 경우가 다반사라면, 노인들의 삶은 갈수록 험난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지 않은가.
노인 자살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은 그 극단적인 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나라 중 가장 높은 가운데 자살자의 28.8%가 노인들이라는 사실은 뭘 말하는가. 버림받고 따돌림을 당하다 못해 그 길을 택하거나 가족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죽음을 택한다면 너무나 가혹한 비극이다.
노인 부양 문제는 사실 큰 걱정거리다.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빨라 지금은 65세 이상 노인 한 명을 생산가능인구(15~64세) 8명이 부양하고 있다. 하지만, 2050년엔 1.4명이 부양해야 할 판이라니 국가의 성장잠재력 추락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코앞에 가로놓인 산'이 아닐 수 없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노인 학대가 극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무너져 내리는 윤리의식과 가족 해체로 그 사정도 악화 일로여서 앞으로 '대재앙'으로 발전하지 않을는지 걱정이다.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바친 노인들이 자식과 함께 살더라도 구박받기 일쑤이며, 최소한의 생활비조차 안 주는 판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앞이 안 보일 지경이다.
불교의 최초 경전인 '수타니파타'는 '부모가 노쇠해 있는데도 부양하지 않고 저만 풍족하게 산다면 파멸의 문에 이르리라'라고 했다. 어머니 밥을 축낸다고 딸을 묻으러간 어떤 효자(孝子)가 그 땅속에서 금종(金鐘)을 얻었다는 옛 얘기, 아버지의 먼눈을 뜨게 하려고 몸을 판 심청이 이야기는 또 어떠했는가. 시인 김광섭이 시 '성북동 비둘기'에서 안타까워한 '가슴에 금이 간 새'들처럼, 늙고 병든 노인들을 진심으로 돌보는 분위기를 국가'사회, 가족 차원에서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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