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은 최소화, 효과는 극대화
겨울로 접어들면서 오는 겨울방학에 아이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는 가정이 적잖다. "나 해외여행 다녀왔다"며 자랑하는 친구들에게 아이의 기가 죽을 것을 우려해 무리를 해서라도 외국으로 나가려 하는 사례도 상당수. 그러나 비싼 돈을 들여놓고 정작 여행의 묘미는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돌아오는 가족이 허다하다. 자녀의 연령과 예산에 따라 여행 목적지부터 잘 선택해야 하고, 현지에 가서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보고 느끼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여행전문가들에게 올바른 가족 여행지 선택법과 주의 사항을 들어봤다.
▲여행에도 단계가 있다
가족 단위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는 예산이 가장 중요한 고려 항목이다. 하지만 예산이 허락한다고 해서 무작정 미국, 유럽, 호주 등 장거리 여행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옥선 동일초교 교사는 "개학하면 유럽에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유럽 문화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고, 가톨릭·기독교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초등학생에게 루브르박물관, 대영박물관, 바티칸 시국 등을 보여준다고 교육 효과가 큰 건 아니다"고 했다. 그래서 여행전문가들은 "여행에도 단계가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것을 접하다 보면 오히려 여행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 자녀의 성장 단계에 맞춰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가까운 지역을 돌아본 뒤 캐나다, 호주, 유럽, 미국, 이집트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저학년 자녀가 있다면
아이들에게는 놀이와 외국문화 체험을 적절히 조합시키는 것이 좋다. 이영석 고나우 여행사 차장은 "가까운 일본의 하우스텐보스나 동경 디즈니랜드, 홍콩 디즈니랜드 등으로 아이 눈높이에 맞는 관광을 택하되 그곳의 음식문화나 자연 등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캐나다나 싱가포르 등의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환경을 보면서 환경보호의 중요성 하나만 가르쳐도 가치 있는 여행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차장은 "어린 학생들과 함께 미국을 찾는 부모들도 많지만 권장하고 싶지 않다"며 "미국은 우리와 가까운 강대국이지만 근대사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고학년에게는 아시아의 역사를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가면 교과서에 '우리와 가깝게 지내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6학년 2학기)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을 실제 눈으로 보면 머릿속에 뚜렷이 각인되는 시기다. 서 교사는 "중국, 일본 등의 역사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우리의 역사와 비교해 본다면 알찬 여행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일본이나 중국은 대구에서 직항 편으로 다녀올 수 있어 이동에 따른 부담이 적은 지역. 북경을 중심으로 자금성, 만리장성, 이화원 등을 돌아보거나 상해를 중심으로 중국의 발전상을 살펴보는 것도 국제정세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본의 역사를 살피고 싶다면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잡는 것이 좋으며 부산에서 배로 이동 가능한 후쿠오카 지역 관광도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한창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쪽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에 부담스럽다. 이 차장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사원을 걸어다녀야 하는 데다 오르막이 심해 가족 관광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배낭 메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가족 여행은 대부분 패키지 관광을 선호한다. 언어 문제나 이동, 숙박 등의 문제가 간편하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은 '한국 문화 속 외국 박물관 견학' 정도에 머물 우려가 크다. 식사나 이동 등 모든 활동이 한국인들 속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외국 문화의 체험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일단 언어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버리고 부모가 과감해져야 한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딜 가든 마찬가지. 단어 몇 개를 나열할 수 있는 수준의 영어 실력과 보디랭귀지만으로도 얼마든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약간의 시행착오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가이드를 괴롭혀라
그래도 배낭여행이 두렵다면 가이드를 끊임없이 괴롭혀야 한다. 패키지 관광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움직이다 보니 여행의 초점이 '성인'에게 맞춰진다는 것이 가족 여행객들에게 가장 큰 단점. 아이가 여행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장난이나 치고 돌아다니기 일쑤다. 때문에 가이드가 아이를 배려해 줄 수 있도록 끊임없는 질문으로 가이드를 괴롭혀야 한다. 아이가 자신의 눈높이에서 직접 질문을 던지도록 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한국을 배우자
다들 외국으로 나간다고 무리해서 해외여행을 가야 할 필요는 없다. 한국을 제대로 체험하는 것만 해도 자녀들에게는 소중한 교훈을 줄 수 있다. 서 교사는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실생활에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 위에 지어진 하늘공원이나 고가도로를 뜯어내고 다시 물이 흐르기 시작한 청계천, 새로 개관한 국립박물관 등을 돌아보며 그 의미를 신문 등에서 찾아보게 하는 것도 좋다"고 추천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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