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아파트 분양가…처방책은?-<下>왜곡된 시장구조

입력 2005-11-08 09:25:47

'한탕' 시행사 난립…땅값 눈덩이

"지금은 솔직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정부나 주택업체, 시행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지만 결국 피해는 시민들의 몫 아니겠습니까."

주택업계 경력 20년의 한 시행사 대표는 하루가 무섭게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를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가 낳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늘어만 가는 각종 규제로 인한 건축비 상승과 복지부동에 가까운 정부 기관들의 수수방관, 한탕을 노리고 아파트 사업을 벌이는 시행사나 주택업체들의 난립이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보통명사가 된 '알박기'로 인한 부지 매입비의 폭등을 빼더라도 분양가 상승의 원인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우선 IMF로 인한 아파트 공급 체계의 변화가 한몫을 한다. 예전에는 주택업체(시공사)가 부지를 매입한 뒤 분양까지 끝냈지만 요즘 분양되는 아파트의 대부분은 부지매입과 인허가, 분양을 맡는 시행사와 공사를 맡는 시공사로 나누어진다. 결국 사업주체가 양분되는 탓에 이윤 폭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우방의 이혁 이사는 "시공사가 모든 것을 맡는 자체 사업에서 이윤을 10% 정도로 본다면 시행·시공 구조에서는 이윤 폭이 통상 3~7%까지 증가한다"며 "여기에다 부지 매입을 위해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오면 경비가 10~15%까지 증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택지 공급 부족에 따라 아파트 개발부지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부동산 용역업체의 난립도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올해 수성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모 업체의 경우 부지 매입을 끝낸 부동산 용역업체에 70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부지를 매입했다. 시행사인 성원디앤씨 이동경 부사장은 "수성구에서 인기가 있는 부지는 3, 4개 업체가 경쟁적으로 매입 작업을 벌여 땅값을 올려 놓는다"며 "또 최종적으로 매입을 끝낸 뒤에 이윤을 붙여 한두 차례 더 사업권이 넘어가는 경우가 되면 부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말했다.

시행사나 시공사 모두가 꼽는 분양가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은 정부와 자치단체의 책임 떠넘기기다. 대표적인 경우가 문제가 된 학교용지부담금제도. 입주민들의 집단 반발로 지난 3월 정부가 부담금 부과 주체를 입주민 개별에서 사업자로 변경하면서 학교 용지 확보도 토지 수용권이 없는 사업자가 떠넘겨 결과적으로 부지 수용비가 상승하고 사업기간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달서구에서 분양을 끝낸 한 시행사 대표는 "감정평가 금액보다 20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학교 용지를 매입한 뒤 다시 교육청에 감정 금액으로 되팔았다"며 "금전적 손실도 문제지만 지주들과의 보상금 협의가 늦어질 경우 사업 기간 자체가 몇 개월씩 늦어지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나 구·군청의 공공시설물 기부채납 요구와 진입도로 용지 확보에 따른 비용 증가도 분양금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모 주택업체 간부는 "수익자 부담원칙에서 본다면 입주자들이 단지 주변 공공시설물 건축 비용을 분양금에서 내는 것이 틀리지는 않지만 문제는 토지 수용권이 없는 업체들이 도로 부지 확보까지 해야 하는 탓에 불필요한 비용 상승이 일어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건축 관련 법규 및 각종 부담금 신설도 분양가를 올리고 있다. 화성의 권진혁 부장은 "올 들어 소방기준 강화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고 층고가 높아지면서 평당 6만~8만 원의 건축비가 올라간 데다 내년부터는 주택 성능등급제 시행과 환기 시설 설치 등으로 건축비 인상요인이 또다시 발생한다"며 "여기에다 기반시설부담금과 개발부담금 제도가 도입되면 분양 원가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건축법 개정 등으로 90년 이후 분양 면적(전용면적) 대비 계약 면적이 33평 기준으로 13평이나 증가한 상태. 지난 1990년 분양된 지산동 33평 아파트의 경우 서비스 면적을 포함해 공사 총면적이 39평 정도였으나 올 상반기 범어동에서 분양한 33평 아파트의 공사면적은 58평으로 늘어났다. 주택업체들은 "민선 이후 폭증하는 민원처리 비용에다 아파트 마감재 고급화와 유가 상승에 따른 자재비 인상 등 분양가 인상 요인은 곳곳에 있다"며 "정부나 자치단체가 규제를 통해 분양가 인상을 막기보다는 택지공급과 시장원리에 맞는 제도 합리화 등을 통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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