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제값 못 받고 기름값도 올라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요즘, 농촌에서는 공공비축미 수매 물량 외에 남아도는 쌀을 팔지못해 애를 먹는 등 수확한 농산물에 대해 제가격을 받지못하자 농민들이 일찌감치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농촌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그동안 사용해오던 기름보일러를 목재나 연탄보일러로 바꾸는 것으로, 마을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문경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대부분 농민들이 그동안 새로 짓는 집에 기름 보일러를 설치, 가동해 해왔으나 농촌 경제가 어려워진 데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최근에는 30여만원씩을 들여 기름보일러 대신 재래식인 화목 또는 연탄 겸용 보일러를 추가로 설치,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보일러를 설치하지 않았던 아랫채의 아궁이에 장작불을 피우는 방식으로 난방을 하는 농가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김영수(72·문경 동로면)씨는 "갈수록 농사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자고나면 오르는 기름값 감당을 못해 윗채인 양옥집의 기름보일러가 놓인 큰방은 비워두고, 세간살이를 넣어 뒀던 아랫채 아궁이에 불을 넣고 잠을 잔다"면서 "10년 전 집을 새로 지으면서 아랫채를 뜯지 않았던 게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수남(72·가은읍 갈전3리)씨는 "보일러 방은 아들 내외나 손님이 오면 사용할 뿐, 평소에는 아래채 구들장에 불을 넣어 아랫목에서 잠을 자고, 윗목에는 고추와 콩을 말린다"면서 "난방용 연료로는 폐과수목에서부터 콩깍지, 참깨대, 파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쓰인다"고 말했다.이처럼 올 겨울 농촌에서는 10여년 전으로 되돌아가 기름 보일러 대신 화목이나 연탄 보일러를 사용하는 농가를 여기저기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msnet.co.kr
사진: 고유가에다 농가 수입 감소 등으로 인해 농촌에서는 기름보일러 가동을 멈추고,기존의 구들장에 콩깍지 등 농사부산물로 난방을 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