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내린 가을비로 거리에는 떨어진 낙엽으로 가득하다. 이맘때는 모든 취업 재수생들과 대학생들에게는 취업의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대학생들은 취업준비 때문에 바쁜 가운데도 졸업논문까지 제출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벌써 취업을 했다고 인사하는 제자들을 바라보면 무척 흐뭇하지만 한편으로는 비로소 험난한 인생의 여정을 정녕 혼자서 헤쳐나가야 한다는 측은지심도 가슴 한 쪽에 남는다.
며칠 전이다. 어떤 자동차대리점 앞에서 갓 졸업한 듯한 선한 얼굴의 청년이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신사의 뒷모습을 향해 연방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얼마 전 자동차관련 회사에 취업했다고 인사하러 왔던 제자가 떠올라서 코끝이 찡해지며 눈시울이 젖고 말았다.
그러나 내가 바라보며 느낀 감정과 달리 예의 그 청년은 씩씩하고 당당하기만 했다. 그 모습에서 내 자랑스런 제자들과 십여 년 후 아들 녀석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처음 대학에 다닐 때는 취업 걱정보다는 술잔을 기울이며 젊음을 만끽하던 때가 있었다.
세월이 유수라고 했던가. 어느덧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가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나이가 되어 버렸으니. 나는 내 사랑스런 제자들에게 영국의 사상가 러스킨처럼 말하고 싶다.
무릇 인간이 사회생활에서 행복을 얻으려고 한다면 자신의 일을 좋아해야 하지만, 그 일에 지나쳐서는 안 되며, 그 일이 성공하리라는 신념을 가져라는 것이다. 최근 대학에서는 취업을 위해 '기술'과 '지식'만을 익히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교양'과 '도덕'을 익히는 것도 소홀히 하지 말았으면 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어울려 평화롭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선진국의 많은 대학들도 '교양'과 '취업'이라는 두 기능을 오랜 전통으로 지키고 있다.
이 세상 모든 투자 중 가장 값진 투자가 있다면 자식과 교육에 대한 투자라는 말이 있다. 곧 다가올 미래의 주인공이 될 내 제자들이 씩씩하게 추천장을 받으러 오기를 기다려 본다. 때가 되면 내 빈 의자도 기꺼이 내어 줄 날이 있으려니…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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