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모든 아픔이 우리들 아픔"…대구보건대 간호과 구본식씨

입력 2005-11-07 09:27:37

"평상시라면 이슬람 국가에선 생각도 못할 일이지만.... 남자인 제가 파키스탄 현지 산모의 아기를 직접 받았는데, 이미 태아는 숨진 상태였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산모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지만 태아가 죽은 것을 알고는 신을 찾으며 오열했습니다."

대구보건대 간호과 구본식(23)씨는 지난 10월초 지진으로 수만명이 희생당한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무자파라바드에서 10일간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지난 주 귀국했다.

"이 산모는 지진으로 이미 4명의 자녀를 잃었는데 마지막 희망까지 날아갔어요. 가슴이 아팠지만 밀려드는 환자때문에 이 여성을 동정할 만한 여유도 없었습니다"

구씨는 파키스탄에 지진이 발생하자 국제봉사단체인 SFP(Service For Peace)에 봉사단원으로 참가신청서를 냈다. 올 1월과 7월 두차례나 태국 쓰나미 피해 현장에 봉사활동을 한 그는 지구촌에 아픔이 있을 때는 어디든지 달려가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였다.

구씨는 고교시절 사고로 수 차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호사들의 보살핌을 받고 간호사가 되어 세계곳곳에 봉사활동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하루에 40명이 넘는 부상자를 치료하고 수술하는데 숨돌릴 틈도 없었어요. 식사시간도 아까워 하루에 한끼만 해결하고 환자에 매달렸습니다."

구씨는 부상자들이 응급 처치를 잘못해 부상이 악화되고 귀중한 생명까지 잃게 돼 안타까웠다.

진료 이틀째 되던 날 사망한 여성환자는 둔부의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못한 경우고 나머지 부상자들도 초기 응급처지를 못해 신체의 일부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일산의 국립암센터로 진로가 결정된 후 봉사활동의 참모습을 경험하기 위해 참가했다는 같은 과 한수정(21)씨는 "친구들은 용기가 대단하다고 말 하지만 누구든지 뜻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많은 대학생들이 이런 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사진 : 파키스탄 지진 현장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구본식(왼쪽에서 두번째)씨와 한수정(네번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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