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육아 혼자하면 전쟁
"이혼이 해결책이 아닙니다. 이혼하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 같았지만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어려움이 앞을 가로막더군요."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모(45)씨는 지금도 이혼할 당시를 생각하면 지옥 같다고 한다. 그녀는 연애할 때는 미처 몰랐는데 남편이 '마마보이'로 바람까지 피우고 시부모와도 갈등이 심해 결국 위자료 한 푼 받지 못한 채 이혼했다.
"그저 이혼하면 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친정에서도 반가워하지 않고 당장 먹고 사는 일부터 막막하더군요. 사회 경험 한번 없는 여성이 혼자 자립해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험했습니다."
그녀는 자식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돈을 벌었다. 다행히 전문 기술을 배워 어느 정도 살 여유를 찾은 그녀는 "결혼과 이혼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직업은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라며 "여성도 자립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모(42)씨는 다시는 결혼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있다. 남편의 외도를 견디지 못하고 이혼해 혼자 아이를 키우며 4년 간 살다가 좋은 남자를 만나 재혼한 이씨. 역시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새 남편은 가정적이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아이에게도 아빠가 생겨 좋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아이를 차갑게 대하는 남편. 마음의 상처로 아파하는 아이의 고통을 보지 못 하고 결국 그녀는 또 이혼했다.
"새 남편과 헤어진 후 아이가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밝게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어요.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지만 아이와 함께 씩씩하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지난달 말까지 '한부모 가족' 수기를 공모한 '(사)함께 하는 주부모임'의 강혜영 총무는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이혼 등으로 한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 가족을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보기보다 결손 가정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하다"고 했다. 이 단체에서는 한부모 가족들이 아픔을 나누며 사회적 편견을 딛고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여성가장모임'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이혼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에 법적으로 이혼한 부부이면서도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 박모(52)씨는 남편과 이혼했지만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 겉보기에만 부부 모양새를 띠기로 한 것. 각방을 쓰는 남편은 생활비를 내지만 그녀가 만든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고 한다. 박씨는 "이미 남편과 남남이 됐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싫어도 아이들이 결혼할 때까지만 참기로 했다"고 터놓는다.
부부 상담·교육 전문가인 박종욱 대구 서도교회 목사는 "한번 이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재혼하더라도 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소한 문제로 시작되는 부부 갈등이 커지기 전에 부부 대화법 등을 통해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 : (사)함께 하는 주부모임의 '여성가장모임'. 이혼·사별 등으로 혼자 자녀를 키우는 여성 가장들이 사회적 편견을 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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