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아웃 브레이크'는 바이러스의 가공할 파괴력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서 치명적인 출혈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이 변종 바이러스가 원숭이를 통해 미국의 한 마을에 순식간에 퍼진다. 바이러스가 다수의 생명을 위협하자 미 정부는 그 마을에 핵폭탄을 터뜨리기로 결정한다. 핵폭탄이 투여되기 직전 더스틴 호프만이 극적으로 숙주(원숭이)를 찾아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줄거리다. 영화는 실제 1976년 아프리카 자이르에서 출현해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바이러스를 소재로 삼았다.
최근에도 조류 인플루엔자, 사스, 광우병 등 죽음의 바이러스가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과연 인류는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는 없을까.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는 책 '바이러스 삶과 죽음 사이'가 나왔다.
저자는 경북대 미생물학과 이재열 교수. 그는 바이러스란 도대체 무엇이고, 인간을 위기로 몰아가는 바이러스는 어떤 것이 있으며, 인간과 바이러스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를 모색한다.
저자는 "인간을 공격하는 바이러스 중에는 아직 우리와 대면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며 "세균을 이기는 항생제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바이러스 치료제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말한다. 인류는 새로 등장하는 바이러스와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저자는 이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도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점에 주목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사실 생물이라고 부르기에 부끄러울 정도. 유전정보를 가진 핵산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 껍질이 전부다. 생물이라면 있어야할 에너지 합성과 물질 대사, 증식에 필요한 어떤 도구도 없이 단지 숙주에 기생해 산다. 즉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 삶과 죽음의 중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 이 작은 바이러스는 변신과 적응을 통해 환경에 놀랍도록 잘 적응한다. 변종을 만드는 탁월한 능력 때문에 1967년부터 90년까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것만 20여 종이 새로 출현했을 정도다.
저자는 "인류가 바이러스를 단순한 '적'으로 생각하면 유사이래 이어져온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패배할 수도 있다"며 "바이러스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찾아내고 공존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 인간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지호.1만3천원.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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