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자유와 행복?…천의 모습 '화장실'

입력 2005-11-05 08:57:55

화장실은 멀고 후미진 곳에 있어야 한다? 옛날 생각이다. 최근 색다르고 재미있는 화장실이 늘어나고 있다. 때론 너무 기발해 당황스러울 때도, 자연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편안함을 주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어쨌거나 화장실은 더럽고 지저분한 곳이란 생각은 이젠 끝이다.

◆재밌는 공간 "웃고 나옵니다"

신세대들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사용료 100원, 유료화장실'이 대구시내에 아직 있다. 대구시 남구 봉덕시장 안. 20년동안 운영되어온 이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시장상인들이고 손님들이고 간에 100원을 내야 한다. 아니면 가게에서 주는 전용쿠폰을 받아와야 이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화장지는 300원을 별도로 받는다. 지난해 9월까지는 전라도 사투리로 '통시'라 불리는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돈까지 받으면서 화장실이 왜 이러냐"는 항의를 많이 받아 수세식으로 바꿨다. 주인 표대곤(58)씨는 "재개발로 시장이 없어질 때까지 이곳을 지키겠다"고 했다.

대구에서 가까운 달성군 가창면 스파밸리 인근 옹기 보리밥집 여성화장실에 들어가 옷이나 핸드백을 걸 땐 마음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한다. 무심코 옷을 걸다간 독특한 모양에 짐짓 놀라게 되기 때문. 이곳 식당에는 곳곳에 남근모양의 조형물들을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 술잔이나 찻잔 손잡이도 그 모양이다. 주인은 이곳의 음기가 강해 양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란다. 손님 이수진(42.여)씨는 "잘 모르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문득 옷걸이를 보고는 혼자서 한참동안 웃었다"고 털어놨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아이리스 골프클럽' 화장실은 안에서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개방형이다. 하지만 밖에서 안을 볼 수는 없도록 해놨다. 화장실 이용자들은 마치 대자연에서 볼 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달성군 가창면 '다랑산방'의 화장실 안에서는 나무가 자란다. 나무뿌리가 화장실 밑에 있어 손님들이 이용하는 '해우소'를 가로질러 지나가도록 해놨다.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일품이다.

◆깜찍한 공간 "기분 좋습니다"

대구시 북구 운암공원 내 공중화장실. 작은 별장같은 건물에 장애우 화장실도 남녀가 분리돼 있으며 예쁜 그림들과 분재 꽃들이 있어 분위기도 화사하다.

엄마변기, 아기변기가 따로 있는 모자(母子) 화장실은 귀엽고 사용공간도 넓어 쾌적하다. 남자 소변기도 밖을 볼 수 있도록 창가에 배치했으며 창가에는 작은 화분과 자동 향수기까지 달아뒀다. 딸 심은별(3)양과 함께 공원에 나온 이순화(32.여.대구시 북구 동천동)씨는 "등산 왔다가 화장실에 들렀는데 이런 시설은 처음 봤다"며 좋아했다.

식당들의 화장실은 그야말로 화장하는 공간이다. 대구시 수성구 수성구청 인근 '안압정'에서는 화장실에 1회용 칫솔을 갖춰두고 있다. 식사 후 누구나 양치를 할 수 있도록 해 둔 것. 대구시 서구 신평리네거리 인근 '조마루 뼈다귀' 감자탕집 화장실. 이곳은 '정겨운 뒷간'이다. 화장실 입구로 들어서면 남녀 화장실로 구분된 복도 3m정도가 '해바라기' 길이다. 화장실 안에는 작은 액자그림, 만화 같은 삽화, 문패 등이 걸려있으며 입안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가글'까지 갖추고 있다.

재활전문치료병원인 '남산병원' 화장실은 대리석을 이용해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샴푸, 비누, 칫솔까지 다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7층 이상에서는 시내전경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까지 좋다.

대구시 중구의 한 나이트클럽 화장실. 이곳에는 남성, 여성용 기본 화장품이 있어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여성용 화장실에는 과일향기가 나는 향수까지 비치돼 있을 정도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 운암공원의 모자(母子) 화장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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