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산 김치서도 기생충알 검출

입력 2005-11-04 14:28:46

유통업체들 소비자 불안감 달래기 안간힘

김치 대리점을 하는 이모(55·여) 씨는 착잡한 심정이다. 중국산 납 김치와 기생충 알 검출 파동 이후 국산 김치에 대한 수요가 반짝 증가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3일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 검출 소식이 알려지면서 조금씩 되살아나던 국산 김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

이씨는 국내 백화점에도 납품하는 유명 회사 제품을 취급한다. 물론 이 업체는 어제 식약청 발표 명단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하지만 타격은 즉각적이었다. 한때 하루 1천㎏까지 납품했지만 중국산 김치 공세가 거세진 뒤 하루 300~400㎏으로 줄었고, 최근 매출이 조금 느는가 싶더니 3일 하루 판매가 아예 중단되다시피 했다. 이씨는 "평일 매출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문제는 식약청 명단에 있건 없건 이젠 도무지 믿을 게 없다는 무작정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며 한숨지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통업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가정이나 식당마다 김치 소비를 아예 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일정 매출은 유지되겠지만 자칫 이런 불안심리가 다른 식재료로 확산될까 걱정하고 있는 것. 아울러 잔뜩 기대하고 있는 김장철 특수도 거품처럼 사그라질까봐 우려하고 있다. 현재로선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 일단 자체 검사기준을 최대한 강화하고, 국가기관 등 공신력 있는 품질검사기관에 의뢰해 매장 내 취급 품목에 대한 신뢰도를 최대한 높인다는 전략이다.

자체 품질평가사를 두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더욱 분주해진 모습이다. 롯데 품질평가사 김선아 씨는 3일 오후 대구점 지하 2층 식품팀에서 입고된 생선의 원산지 및 유통기한을 꼼꼼하게 살폈다. 매장에 들어오는 모든 제품의 원산지, 유통기한, 축산고기의 부위, 용도, 기타 일괄표시사항에 대한 점검이 김씨의 업무. 아울러 조리실에 직접 들어가 조리원 복장이나 주의사항 준수 여부도 점검한다. 실험실 및 품질평가사에 의해 부적합 판정 또는 지적사항이 제기됐을 경우, 해당 팀장은 즉시 상품 폐기는 물론 적발 업체에 경고를 보낸다.

롯데 대구점 식품팀 박기범 매니저는 "심지어 식품팀 근무직원까지도 식품위생법 제26조에 따라 법정 전염병, 피부병, 화농성 질환자는 절대 조리과정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든다"며 "일일 점검시에도 구토나 황달증상뿐 아니라 손, 얼굴에 상처나 종기 등 조금이라도 식품위생에 저해되는 사항이 있으면 조리에 참여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자체 품질검사를 강화하기는 다른 유통업체도 마찬가지. 대구백화점의 경우 매장에서 취급하는 국내산 포장김치 5개 브랜드와 즉석김치 1개 브랜드가 이번 기생충 김치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소비자 구매심리 위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검사 강화와는 별도로 '안심 마케팅'도 활성화한다는 방침. 이달 24일부터 진행할 '2005 김장김치 대축제' 기간 중 각종 즉석김치 실연 및 시식행사를 통해 안전한 김치 알리기에 주력하고, 고객들을 대상으로 김치공장 투어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김장 원료 및 양념재료비만 내면 직접 김치공장에 가서 김장을 담가 택배로 가정까지 보내주는 서비스도 시작하기로 했다.

동아백화점은 이미 동아유통센터를 통해 식재료를 산지에서 직접 구매해 저장, 포장, 가공까지 하기 때문에 식품 안전 및 신선도는 더 이상 개선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위생검사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동아백화점 유통센터 손재근 팀장은 "모든 식품에 대해 정부기관의 인증된 상품만 취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고 있다"며 "아울러 생산지에서 식품관 매장까지 상품 적정온도를 유지해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고, 소비자 안심 마케팅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동아 측은 현재 실시 중인 안전검사와 함께 고객, 생산자, 지역 대표들이 직접 참여하는 현장체험 행사도 확대할 계획이다. 동아쇼핑점 최병일 과장은 "아직까지 매장 내 매출 변동은 없는 상태이지만 3일 식약청 발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라며 "하지만 백화점의 경우 오히려 제품 신뢰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김치뿐 아니라 다른 상품 매출도 늘 것"이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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