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걷고 싶은 대구의 낙엽거리

입력 2005-11-04 09:44:59

가을이 깊어간다. 잎새 져버린 양, 나무들이 울긋불긋 아리따운 깃털을 털어낸다. 가을산과 가로수엔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먼저 물든 잎사귀는 가을바람에 날린다.

대구시는 단풍이 곱게 물들고 낙엽이 아름다운 거리 17곳을 '낙엽 거리'로 지정했다. 올해는 예전에 비해 가을이 늦은 편. 단풍 시기 또한 늦었다. 따라서 단풍과 낙엽을 함께 느끼기엔 지금이 적기. 단풍과 낙엽이 아름다운 거리를 소개한다.

# 가족끼리 산책하기 좋은 거리

▲ 월드컵경기장

도심보다 기온이 낮아서인지 단풍색깔이 완연하다. 거리엔 낙엽이 뒹굴고 있다. 시에서 지정한 낙엽 거리는 야외공연장에서 산책로에 이르는 거리. 그러나 이곳은 경기장 전체가 산책길이고 단풍'낙엽길이다. 왕벚나무와 느티나무가 주종. 색깔도 빨강, 노랑, 갈색 등 다양하다. 아직 푸른색을 지닌 잎사귀도 보인다. 지난 주 내린 비로 떨어진 나뭇잎이 꽤 많다. 아름답게 물든 낙엽을 줍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이 정답다. 산책로를 수다스럽게 걷고 있는 아줌마들의 활짝 핀 얼굴에도 가을이 물들었다.

▲ 두류공원

두류도서관에서 산마루 휴게소까지 1km 구간. 길 양쪽으로 늘어선 느티나무에 단풍이 들었다. 떨어진 잎사귀는 바람이 불면 쓰~윽 쓰~윽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흩날린다. 한여름 밤 사람들로 들끓던 야외공연장은 텅 비었다. 차량 출입이 통제된 산마루휴게소에서 대구문예회관까지 이르는 오솔길도 가을을 느끼기엔 괜찮은 길이다.

▲ 운암지공원

못 안에 단풍이 내려앉았다. 일렁이는 물속 풍경이 아름답다. 못 주위 벤치에 앉아 가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가을노래는 가을분위기를 더욱 돋운다. 못 주위 산책길로 천천히 걷는다. 함지산쪽에 이르면 느티나무와 은행나무로 이루어진 소공원이 하나 나온다. 그쪽 벤치에서 못을 바라보면 또 다른가을이 보인다.

# 데이트 길

▲ 수성못 길

두산오거리에서 수성관광호텔 입구까지 거리. 500m 남짓하지만 운치 있는 길이다. 중국단풍을 비롯해 벚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등 수백그루 나무가 심어져 있다. 천천히 걸어야 제맛이다. 낙엽도 감상하고 못을 헤집고 다니는 오리떼도 구경하고, 간간히 솟구치는 분수도 보면서. 해질 무렵 저녁 노을도 멋있다. 따뜻한 오후면 예비부부들의 야외촬영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다.

▲ 달성공원

달성공원에도 낙엽길이 있다. 공원 주위로 빙 둘러쳐진 토성산책로가 바로 그 길이다. 1.3km로 꽤 길다. 그래서 산책 겸 데이트하는 사람이 많다. 느티나무와 참나무가 많다. 아름드리 나무다. 그래서 더 운치가 있다. 흙길이어서 밟는 기분도 괜찮다. 아직 낙엽을 느끼기엔 이른 편. 하지만 일찍 떨어진 잎들이 발에 밟힌다. 그러나 아직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나지 않는다. 지대가 높아 나무가지 사이로 공원 일대 도심이 흔히 내려다보인다. 동물 구경은 덤이다.

▲ 국채보상공원

공원 내는 물론 주변 가로수에도 단풍이 들었다. 종각에서 조형분수에 이르는 70m 거리에 있는 청단풍은 아직 여름이다. 그래서 더 이채롭다. 그곳에 들어서면 어둡다. 청단풍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져 있기 때문. 푸른 단풍 아래로 걷는 기분이 묘하다. 공원 잔디밭에 있는 느티나무, 단풍나무엔 청단풍과는 달리 예쁘게 물이 들었다.

# 드라이브 길

▲ 공산댐~공산터널

왕복 8차로에 중국단풍이 예쁘게 물들었다. 길 양쪽은 물론 분리대 단풍나무에도 한껏 물이 올랐다.

▲ 미대동~백안삼거리~동화사 입구

공산터널을 넘자마자 노란색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미대동 은행나무 거리. 길 양쪽으로 은행나무가 쭉 늘어섰다. 아늑히 보이는 낙엽길이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눈이 부실 만큼 노랗다. 이미 떨어진 은행잎도 많이 보인다. 가족 단위나 연인들이 사진 찍는 사람이 많다. 동화사 가까이 가면 은행나무에서 단풍나무로 바뀐다.

▲ 동화사~파계사 네거리 거리

최고의 단풍길이다. 동화사 입구에서 1km 정도는 벚나무, 나머지는 단풍나무 길다. 인터불고호텔을 막 지난 왕벚나무길. 단풍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저 멀리 하늘과 팔공산이 멋지게 어울리는 길이다. 푸른 기운도 약간 섞여 있어 더 운치가 있다. 드라이브 하는 사람도 이 곳에 이르면 속도를 늦춘다. 그만큼 단풍이 아름답기 때문. 낙엽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바람에 휩쓸려 길 양쪽 배수로에 다 숨어 있다.

수태골을 지나면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다. 단풍나무 길이다. 벚나무와는 또 다른느낌이다. 잎사귀도 더 예쁘고 앙증맞다. 빨갛고 노랗고, 푸른 물감을 원 없이 토해내고 있다. 바람이 불면 잎이 하나 둘 떨어진다. 더 세게 불면 잎이 흩날린다.

이 같은 감동은 파계사 네거리까지 이어진다. 이곳의 정취를 즐기려면 지금이 적기다. 그것도 평일이 좋다. 주말이면 차들로 가득 차기 때문.

# 낙엽거리

대구시는 단풍이 아름답고 낙엽이 있는 거리 17곳을 '낙엽 거리'로 지정했다. 기간은 10월 22일부터 11월 21일까지. 단풍기간은 10월 22일~11월 14일까지이며 낙엽기간은 11월 5일~11월 21일까지이다. 기간 중 떨어진 잎은 쓸어내지 않고 그대로 놔둔다. 가을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거나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 이곳에서는 거리의 화가를 만날 수 있고, 각종 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낙엽거리에서 전시나 행사를 하고 싶은 시민이나 단체는 구청이나 공원관리사무소에 신청하면 된다. 문의: 053)803-4391.

글.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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