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변한 구마 고속도로 달성 2터널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했다.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채 연기를 내뿜고 있는 화물차와 도로에 널브러져 있는 파편들, 움푹 파인 도로, 터널 천장에서 치렁치렁 거미줄처럼 엮어져 내린 각종 전선들, 수백m를 날아가 도로 위를 뒹굴고 있는 미사일 추진체 파편, 그리고 매캐한 유독가스로 가득 찬 터널 내부. 한 마디로 전쟁터 같았다.
터널 중간지점의 비상통로 철제 셔터는 힘없이 무너져 있었다. 터널 안 곳곳에는 콘크리트 내벽 일부가 떨어져 폭발 당시의 위력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만약 사람이 저 안에 있었더라면…." 사고 수습에 나선 관계자들은 "다행이다, 다행"을 연발했다.
잔불 진화를 하던 한 소방관은 "자욱한 연기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었으며 뒤 차량에 실린 미사일 추진체에서 추가적인 폭발이 있을까 봐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터널 안은 검은 연기와 분진 때문에 제대로 숨쉬기조차 힘들었고, 화재로 인해 전기까지 끊어져 주위는 암흑천지였다.
사고 차량을 뒤따르던 미사일 수송 화물차 운전자 심철(31) 씨는 "당시 20여 분의 상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앞차 뒷바퀴에서 불이 나는 것을 보고 무전을 쳐 차량을 세운 뒤 차에 있던 소화기로 함께 불을 끄려고 했지요. 그런데 불이 적재된 화물로 옮겨 붙어 불길이 커지더군요. 너무 무서웠어요. 무작정 터널 밖을 향해 달렸어요. 400여m 거리가 얼마나 멀게만 느껴지던지.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다행히 불길이 뒤 차량까지 번지지 않아 제2, 제3의 폭발은 발생하지 않았다. 심씨는 "인명 피해가 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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