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겨울 나그네' 마지막 한국 무대

입력 2005-11-01 17:00:03

테너 페터 슈라이어 7일 고별독창회

세월은 어느 누구도 막지 못하는가 보다. 그의 머리에는 2년 전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전곡으로 한국을 찾았을 때보다 한 줌 더 많은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 그를 무대에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독일가곡의 20세기를 빛낸 거장 페터 슈라이어(70·테너)가 마지막 고별독창회를 7일 오후 8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갖는다. 2005년까지만 공식활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그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사실상 한국 관객들이 그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페터 슈라이어는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등과 함께 20세기 후반 독일 가곡의 융성기를 이끈 인물이다.

한국 팬들에게도 이미 친숙하게 다가와 있는 성악가다. 70년대부터 영국 데카 등 서구 음반사에서 음반을 내놓아 간접적으로 그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던데다 지난 93년에는 직접 '겨울 나그네'로 한국 클래식 팬들에게 독일 가곡의 아름다움을 각인시키기도 했다. 95년에도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전곡을, 그리고 첫 내한 후 꼭 10년 만인 지난 2003년에도 한국을 찾아 압도적인 가창으로 세계적 테너의 역량을 강하게 남기기도 했다.

옛 동독 출신인 그는 8세 때 드레스덴의 명문 성 십자가 합창단에 들어가 본격적인 음악교육을 받기 시작해 1959년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의 죄수 역으로 오페라 데뷔, 61년엔 드레스덴 국립 오페라 극장 단원이 됐다.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 빈 국립오페라극장,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밀라노 스칼라극장,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세계의 유명 성악 무대에 차례로 등장, 당대의 대 지휘자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얻었다.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라는 명성을 얻으면서 세계적인 테너 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서정성이 넘쳐 흐르면서도 매우 지적인 리릭 테너로, 독일 리트가 갖고 있는 음악적, 문학적 아름다움을 가장 이상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가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바리톤 가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하는 '겨울 나그네'는 그에 의해 테너를 위한 작품으로 재조명됐다.

'겨울 나그네'는 현실과 환각 사이를 방황하는 외로운 사나이의 마음이 그려진 뮐러의 시에 병마에 시달리면서 끼니도 못 챙길 정도로 가난한 상황에서 슈베트르가 붙인 음악이 심리적인 깊은 울림을 타고 흐르게 한다.

슈라이어는 서늘한 청량감을 느끼게 하는 겨울 나그네로 그가 이룩해온 노래의 '전설'을 완성하며 한국팬들에게 이별을 고한다. 3만~9만 원. 053)623-0684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