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언론·고이즈미 '강경 우익' 중용에 '경색 우려' 제기
"총리와 외상, 관방장관 모두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인물이어서 사태가 걱정된다."
지난달 31일 개각으로 외상에서 물러난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전 외상은 이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이례적 우려를 표명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3차 개각을 통해 관방장관과 외상에 강경파를 포진시키자 정치권과 언론이 일제히 '아시아 외교'가 회복되기는커녕 더욱 경색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나섰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신임 외상은 31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에 대해 "개인적 신조와 국가로서의 판단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적절히 판단하겠다"며 확답을 피했다.그러나 그는 "야스쿠니신사의 봄 또는 가을 예대제에 참배한다"고 공언해왔으며 총무상이던 지난 4월에도 참배했다.
아소 외상은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전몰자 추도시설 건립에 대해서는 "새로운 위령비가 만들어졌다고 야스쿠니 문제가 해결되겠는가"라며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또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인한 한국과 중국의 반발에 대해 "일본에서 떠드는 분들이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곧바로 결론을 내야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핵심을 비켜갔다.
아소 외상은 이날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외상 자리를 요청받고 "나 같은 강경파가 외상을 해도 좋은가"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고이즈미 총리는 "후쿠다 내각 때도 일·중 관계가 잘됐다. 강경파 쪽이 외교는 잘되는 법"이라고 격려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런가 하면 대북 강경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신임 관방장관은 취임 회견에서 앞으로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했다.신임 관방장관과 외상이 강경색을 감추지 않자 마치무라 전 외상이 이임 기자회견에서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연립정권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도 새 내각은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회복을 위해 힘써 달라"고 각별히 주문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일 일본 외교의 난제는 이웃나라와의 마찰이지만 아소 외상은 미국에 지인이 많은데다 친(親) 대만파로 중국과의 외교 파이프가 두텁지 않다며 그의 기용은 일종의 모험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을 외상에 기용한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그는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신중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등 아시아외교에서 총리와 다른 입장이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 신문은 향후 일·중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다음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일본 방문도 낙관할 수 없다고 전했다.도쿄신문은 일본 외교가 사방이 꽉 막힌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회복이 급선무인데 '창씨개명' 발언으로 물의를 빚거나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 총통의 방일을 적극 추진했던 아소 외상이 얼마나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대북 경제제재론자인 아베 신조의 관방장관 취임도 이달 3일부터 시작되는 북·일 정부 간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일·중, 일·북 관계 등 산적한 아시아 외교가 아소 신임 외상에게는 시련의 장(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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