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前 美입양 여대생 메간 리드씨

입력 2005-11-01 09: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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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뿌리는 대구…부모 꼭 찾고 싶어요"

22년전 대구시 중구 남산동 옛 백합고아원에서 미국 아이오와주로 입양됐던 갓난 아기가 계명대 교환학생으로 고국에 돌아와 '뿌리'를 찾기 위해 '부모찾아 삼만리'에 나섰다.

생후 며칠만에 버려져 고아원에서 자라다 1983년 12월 26일 미국으로 입양돼 이제는 어엿한 여대생으로 자라 아이오아 주립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는 한국인 메간 리드(22·여)씨.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어요. 끊임없이 정체성을 고민했던 10대 때부터 한국을 찾고 싶었죠. 아무리 부인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나의 뿌리는 한국 대구니까요. 무엇보다 나를 낳아주신 분들을 꼭 만나고 싶었어요."

대구에 올 수 있는 길을 고민하던 그는 지난 8월에서야 해답을 찾았다. 계명대 국제 교환학생. 12월까지 4개월 코스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는 16학점 짜리 단기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하지만 뿌리 찾기는 어렵기만 했다. 메간씨가 쥔 유일한 단서라곤 대구 백합고아원 뿐. 고아원은 이미 사라졌고, 믿고 의지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바로 그때 박경민(49) 계명대 간호학과 교수를 만났다. 연구활동과 세미나 참가 차 세계 각국을 다닌 박 교수는 '해외입양아' 들의 고민을 잘 알고 있었다. 미국과 스웨덴에서 대학생으로 자란 4명의 해외입양아들과 인연을 맺었고 벌써 4년전부터 그들의 뿌리 찾기에 도움을 주고 있었던 것.

박 교수는 지인들을 통해 옛 백합고아원이 어린이집으로 바뀐 사실 부터 밝혀냈다. 최근 두 사람이 찾은 대구 중구 남산동 옛 백합고아원은 어린이집으로 바뀌었지만, 사무실 캐비넷엔 메간씨의 아동 카드가 아직까지 남아 있었다. 갓난 아기 사진은 지금의 그를 쏙 뺐고, 카드 뒷쪽엔 부모가 남겨 둔 쪽지가 붙어 있었다.

메간씨는 "카드와 쪽지를 발견했을때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쪽지엔 '고성 이가'라는 글자가 씌어 있었고 생년월일은 1983년 11월 26일이었다. 한 해외입양아의 뿌리 찾기가 드디어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

옛 기록은 메간씨가 태어난지 12일 만이었던 1983년 12월 8일 중구 동인3가 옛 백록다방 입구에 버려졌고, 그 후 고아원에서 자라다 미국으로 입양된 사실도 밝혀줬다. 고아원에서 지어준 한국 이름은 '이매임'.

"부모 이름 같은 결정적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실마리는 찾은 셈이죠. 이제부터는 언론이 도와줬으면 합니다. 부모를 찾겠다고 미국에서 대구까지 날아온 피끓는 그리움을 알아 주세요."

메간씨가 부모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4개월짜리 단기 코스가 끝나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 메간씨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 따위는 없다고 했다. 단지 뿌리를 찾고 싶을 뿐.

"입양때 제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대요. 아마 친부모님들은 더 좋은 곳에서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쩔수 없이 버리셨을거예요. 엄마, 아빠 이젠 정말 만나고 싶어요."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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