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첨단 신기술 …불거지는 안전성 우려
나노기술은 나노미터(㎚) 크기의 원자나 분자를 조작하거나 결합해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첨단기술이다. 나노기술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재료를 만들어낼 수 있어 앞으로 거의 모든 산업과 분야, 인간 삶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안전성. 나노기술의 안전성을 검증할 만한 제대로 된 연구 결과가 아직 없다. 반면 나노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와 경고,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 대비책 마련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 나노(Nano), 10억 분의 1의 기적
'나노'는 10억 분의 1을 나타내는 접두어로 '난쟁이'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1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미터(m)로 분자 정도 크기다.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크기가 0.1㎜ 정도라고 하니 그 크기를 추측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나노를 다루는 기술에 세계의 이목과 관심이 집중돼 있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은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과 함께 '나노기술(NT)' 연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며 그 영역을 점점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이미 우리 실생활에도 '나노기술'은 침투해 있다.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컴퓨터, 과일·야채 세척기 등 가전제품을 비롯한 샤워기, 마루바닥재, 신발, 다기 세트에 이르기까지 은의 살균·항균 효과를 노린 '은나노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심박(心搏) 수나 호흡을 감지하는 침상, 소변에 포함된 당이나 단백질, 잠열 등을 측정하는 변기, 체중이나 체지방을 자동 측정할 수 있는 목욕탕, 침의 성분을 분석하는 칫솔, 얼굴 색으로 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거울 등 나노기술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를 생활 속에서 누릴 날도 머잖았다. 또 '나노로봇'을 삼키면 몸속에서 암 등을 진단, 치료까지 하는 서비스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또 데스크톱 크기의 슈퍼컴퓨터의 등장은 물론 식량문제의 근본적 해결, 암이나 심장병, 간질환 등 난치병 치료,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우주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우주 관광 등도 나노기술의 '장밋빛' 미래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나노기술이 전자·재료·의약품·에너지·의류섬유·화장품·자동차 등 거의 모든 기술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오는 2010년엔 세계 나노기술 시장이 1조 달러, 2015년엔 2조 달러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 기대만큼 높은 위험, 오 노(O! no)
나노기술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나노소재의 유독성, 나노입자의 위험성 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무리 '나노기술'이 최첨단 미래를 선물해 준다 하더라도 건강과 환경을 위협한다면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 나노의 위험성을 알리는 연구조사나 보고서가 적잖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기술과 환경적 건강: 나노기술의 의미' 워크숍 보고서는 나노기술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몸 안에 들어온 나노 물질의 2%는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몸의 각 기관에 쌓이는데 입자가 너무 작아 면역세포도 이를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약 독성이 있는 나노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올 경우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나노물질의 독성에 따라 DNA를 손상시켜 암 등 질병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만든다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일으켜 세포 자살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했다.
영국 독극물 전문가 비안 하워드는 지난해 나노톡스 학회에서 미세한 나노입자로 이뤄진 '나노 먼지'가 석면처럼 인간의 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히 산모를 통해 태아로 전달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또 공중을 떠도는 탄소 나노튜브가 쥐의 허파 조직에 들어가 조직을 파괴하고 호흡기 문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죽음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조사 결과 보고도 있다. 머리카락보다 수만 배나 작은 초미세 나노물질들은 사람 몸의 뇌, 간, 중추신경, 심장혈관 등에 파고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노기술과 인간'이란 책은 나노 입자가 박테리아에서 포유동물까지 모든 생물에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10여 건의 독물학 연구보고가 나와 있다고 전한다. 또 환경 운동가들은 나노입자를 차세대 석면이라고 비난하고 있는가 하면 스스로 복제하는 나노로봇이 인간 통제에서 벗어나 지구를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 과학자도 있다고 전하고 있다.
▨ 방심은 노노(Nono), 안전성 연구 시급
나노소재로 제품을 개발, 생산하는 기업은 앞으로 나노물질을 생산하기 전에 독성 시험을 거치는 등 유독성 테스트를 의무화하는 등의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미국 의회는 나노기술 연구 개발 관련법안에 나노기술의 안전성 조사를 의무화했고 환경·사회·건강에 대한 나노기술의 영향 연구에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영국 정부도 왕립학회와 왕립공학아카데미에 나노기술의 현황과 유용성, 안전성 등 나노기술이 사회 및 환경 등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강진규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나노신소재연구팀장은 "미세먼지처럼 초미세먼지인 나노입자도 폐 등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평가나 인과관계 등의 연구는 미진한 상태여서 현재로선 위험성 여부에 대해 단정짓긴 어렵다"며 "그러나 선진국들처럼 우리나라도 나노입자 단편적인 것뿐 아니라 의학, 약학 등의 분야와 함께 안전성 여부에 대해 평가해야 하고 연구소, 기업 등도 개발의 일정 부분을 이 분야 연구에 사용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