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범어네거리 교통대란 대책 없나

입력 2005-10-31 11:35:04

'의지도, 대책도 없다.'

대구 중심지역인 수성구 황금네거리 일대에 대형 주상복합건물이 속속 들어서 '교통대란'(본지 6월 13일, 17일 보도) 우려가 잇따르고 있으나 대구시는 지금까지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놓은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특히 시는 황금네거리의 SK 리더스뷰(55층), 대우 트럼프월드(42층)와 범어네거리의 두산 위브더제니스(52층) 등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교통영향평가에서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가로 교통대책과는 거리가 있는 지하차도, 지하보도 등의 건설을 요구해 이들 업체에게 '면죄부'만 줬다는 지적이다.

시가 그간 내놓은 교통대책으로는 SK 리더스뷰 시행사인 (주)기안 측에 2008년까지 황금네거리 동서방향으로 지하차도(길이 614m)를 건설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하차도가 건설되더라도 중동교와 황금아파트 앞 등 양쪽 도로의 병목현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문제 전문가들은 "지하차도는 사람 통행이 거의 없는 고속화 도로나 도시 외곽에 설치하는 것이지 중심지에 있을 만한 시설이 아니다"면서 "칠곡지하차도, 비산지하차도의 사례에서 보듯 상권위축 등으로 그 일대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문환 수성구의원(지산1동)은 "교통난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지하차도를 건설하는 대가로 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 대구시 행정에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향후 몇 년 안에 교통대란이 황금네거리에서 촉발돼 범어네거리, 지산·범물 등으로 확산되면서 수성구 전체의 주거여건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가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등에서 개별건물에 대한 교통량 심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수성구 일대와 주요 간선도로의 총량 교통량, 예측치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근거로 엄격하게 적용하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

시 교통국 관계자는 "대구는 교평 심의에서 당초보다 용적률을 약간 높여줬지만 사업자들에게 수백억 원대 교통기반시설 건설을 추가로 부담케 하는 등 전체적으로 타 도시보다 까다롭게 해왔다"면서도 "현재 예산, 일손 부족 등으로 수성구 전체의 교통량 예측 조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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