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접속

입력 2005-10-27 14:51:30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사랑을 키운 남녀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접속'은 인터넷 붐을 타고 유명세를 누렸다. 주제곡 '사랑의 송가'에 대한 인기도 대단했다. 주인공 동현은 떠나버린 애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방황하고 수현은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벨벳 언더그라운드 음악이다. 사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누군가와 마음 깊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긴장감과 동시에 만족감을 준다. 마음속으로 곱씹고 있던 이야기를 후련하게 내뱉고 나서도 뒤가 켕기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점차 내면의 진실이 확실한 형태를 드러내면서 두 사람은 사이버 공간을 벗어나 실제 만남까지 이른다.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상처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둘 다 돌아앉은 사랑 때문에 허전하고 외롭다. 동현은 이별에 대한 병적인 애도반응을 보이고 수현은 삼각관계에서 소외된 존재였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다시 사랑하는 일이 두려웠던 두 사람에게 사이버 공간은 아주 안전한 지대였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감정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현실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의사표현 수단이 된다. 이런 장점은 동시에 중독의 위험성도 안고 있다. 1996년 정신의학자 골드버그는 '인터넷 중독'이라는 새로운 질병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인터넷 중독이란 인터넷을 하면 할수록 만족감을 얻기 위한 시간이 점차 늘어나 일을 하거나 건전한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장기간 인터넷 사용을 중지하게 되면 초조, 불안, 인터넷 사용과 관련된 강박적인 사고, 환상 혹은 꿈,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등의 금단 현상도 뒤따른다.

병원을 찾아온 한 30대 주부는 아이들과 남편이 잠들고 난 한밤중 혼자 인터넷에 빠져들고 채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날이 훤히 밝아온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남편과의 다툼이 늘어나고 아이들에게도 무관심해지는 자신의 행동에 놀라기도 하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는 것.

점점 비밀이 생겨나면서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고 약속을 어기는 일도 빈번해졌다. 이 30대 주부는 현실에서는 수줍어 말 한마디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인터넷의 세계에서는 거침없는 웅변가요 낭만적인 디스크 자키로 변신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중독에 걸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의 어떤 마력이 중독에 이르게 하는 걸까. 채팅, 게시판 글 올리기 등을 통해 의사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을 끄는 가장 큰 요인으로 생각된다. 특히 대인공포증이나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회피성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편하다.

그러면 인터넷 중독은 어떻게 치료할까.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중독도 뇌의 신경전달물질 변화를 동반하므로 항우울제 등 약물을 사용해서 치료할 수 있다. 자신이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생활일지를 쓰거나 시간관리기법을 가르쳐주는 인지행동치료 방법도 사용된다. 또 긍정적 자아 찾기나 외로움과 마주하기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온라인 세상과 오프 라인 세상이 균형을 이루도록 도와줄 수 있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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