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구 텃밭서 '가슴졸인' 승리

입력 2005-10-27 08:10:26

TK 정서 '이상기류' 재확인

한나라당이 26일 치러진 대구동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텃밭 지키기'에 성공했다.

선거 종반까지 여야 후보진영 모두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접전양상을 연출한 승부였지만 결국 대구동을 주민들은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선거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강철(李康哲)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劉承旼) 전 의원이 맞붙었다는 점에서 '노-박 대리전'으로 불리며 선거기간 내내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열린우리당 이 후보가 '힘 있는 여당후보론'을 내세워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에서 박근혜 바람을 넘을 수 있을 지, 한나라당 텃밭에서의 '묻지마'식 지지세가 여전히 유효한지 등도 주목의 대상이 됐다.

지역 정가에선 이번 선거의 특징으로, 이 후보가 내세운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공약들이 어필했다는 점과 '박풍(朴風)'이 예전같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이 후보가 선점한 '공공기관 동구유치' 이슈는 한나라당 박 대표까지 직접 나서 한나라당도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힐 만큼 선거 종반까지 최대 쟁점으로 힘을 발휘, 유 후보를 고전하게 만들었다.

이 후보의 지역개발론은 특히 30-40대 젊은 유권자층을 중심으로 강한 지지를 받았다.

반면 박근혜 대표의 잇단 대구동을 지원유세나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방문, 강정구 교수 파문과 관련된 정체성 논란 쟁점화 등 한나라당의 '바람몰이식' 선거운동은 결과적으로 선거승리로 연결됐지만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기존 친 한나라당 지역 정서나 더블 스코어 이상 차를 보인 정당 지지도에도 결과적으로 8% 포인트 차의 승부가 된 것은 이런 배경이라는 것.

이는 '대구=한나라당' 이라는 등식이 더이상 절대적이지 않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유권자들이 '합리적 선택'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과정을 보면서 한나라당의 텃밭이 무너지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4.30 영천 재선거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된데 이어 '불패신화'를 이어온 텃밭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도 선거 막판까지 당락을 놓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힘겨운 승리가 된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4.30 영천 재선거에 이어 또 한번 텃밭에서의 이상기류를 확인한 선거였다는 점에서 향후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 후보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선거 현장에서) 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한나라당의 무능을 비판하는 유권자의 목소리도 의외로 많았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처절한 변신노력이 없으면 한나라당이 대구의 희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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