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패배'의 주인공 봉신클럽

입력 2005-10-27 08:15:03

26일 2005하나은행 FA컵 전국축구선수권대회 32강전이 치러진 파주NFC(대표팀 트레이닝 센터).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가 들리고 선수들이 벤치로 들어오자 "잘했어." "수고했다."라는 말과 박수소리가 들렸다. 이는 승리팀 벤치에서나 볼 수 있는 분위기. 그러나 패한 팀이었다. 그것도 0-4 대패다.

대패한 팀은 봉신클럽. 인천 소재 기계공구 제조업체인 ㈜봉신 직원들로 구성된 동호인 팀이다.

상대는 K2리그의 고양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은 실업팀이긴 하지만 프로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즐비한 데다 전기리그 우승팀으로 실업 강호다.

패배는 당연했다. 일주일에 두번 정도 일과를 마친 뒤 연습을 하는 직장 동호인들이 전문 선수들을 당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날 전반전은 무승부. 국민은행이 골운이 없었지만 "승리는 기대 안 한다. 몇 골 차로 지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봉신클럽의 현영진 감독이 경기전 말한 것을 볼 때 눈부신 선전이다.

그러나 후반 10분부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발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러면서 실점의 연속. 일부 선수들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그래도 경기를 끝낸 선수들의 안면에는 미소가 머금어졌다. 동호인팀으로서 FA컵 무대를 밟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기 때문이다.

또 맨땅에서 연습하고 동호인팀과 인조잔디구장에서 경기를 벌이는 봉신클럽 선수들로서는 대표팀이 연습하는 잔디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현 감독은 선수들의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를 했지만 경기 내용에 미련을 남겼다.

현 감독은 "후반에 체력만 안 떨어졌어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는데.. 선수들이 혹시 실망할까 걱정이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올림픽대표팀 출신으로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은 김장현씨는 "직장 일을 하다보니 운동할 시간이 적어 후반에 다리가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봉신클럽 선수들이 운동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동호인팀이다보니 모든 게 자체 조달이다.

이날 경기를 치른 수원 삼성, 인천 유나이티드 등 모든 팀은 전용 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왔지만 봉신클럽 선수단은 개인 소유의 승용차에 4명씩 나눠 타고 왔다.

팀도 선수들이 매달 3만원씩 회비를 걷어 운영되고 있다.

이날 주전으로 뛴 주용우씨는 "운동 시간을 더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만든 클럽팀이 이런 데서 뛰는 게 어디입니까"하며 미소를 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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