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서부 귀주성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중국 가정의 식탁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밥상에 앉으면 아내가 이 음식은 어디에 좋다며 권한다"는 설명이었다. 이 드라마를 본 중국 주부들이 음식의 선택에서 맛보다 건강을 먼저 따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대장금의 나라 한국을 부러워 하고, 한국을 배우려 한다. 중국을 비롯 지구촌 곳곳으로 번져 가는 한류는 여전히 강세다.
◇ 일본 문부성이 일본 내 공'사립 고교의 영어 이외의 외국어 개설과목을 조사한 결과 중국어 다음으로 한국어(조선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2위였던 프랑스어 대신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국어 개설이 늘어난 이유로는 한류 붐 영향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스와질란드 국영 방송은 내달부터 SBS 드라마 '올인'을 방영키로 하고 주초 양국 관계자를 초청, 방영 기념 리셉션을 가졌다. 인근 보츠와나도 한국 드라마 방영 일정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 한류 바람이 강해지면서 역풍의 조짐도 일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자국 드라마 시장을 고스란히 내줄 수는 없다며 수입과 편성을 규제, 견제에 나섰다고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혐한류(嫌韓流)'라는 제목의 만화책이 나오기도 했다. 한류를 미워한다는 뜻의 이 만화책은 일본의 고교생이 한국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 '극동아시아조사회'라는 곳에 가입, 한심한 한국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는 줄거리로 쨔여 있다.
◇ 중국산 수입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발표 이후 중국 제품에대한 불신이 확산되자 중국 측이 우리 정부에 우려의 뜻을 전해 왔다. 일부 제품에서 생긴 문제를 놓고 한국 사회 분위기가 중국산 제품 모두가 문제인 듯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한국 수출이 타격을 받고 무역 마찰을 빚어선 안 된다는 경고로도 들린다.
◇ 세계를 강타하는 한류 바람이 계속 힘을 받느냐 아니냐의 책임은 우리 몫이다. 국제 관계는 상호 신뢰와 우호가 바탕이 돼야 좋은 결과를 낳는다. 우리가 중국산 제품을 모두 허접쓰레기로 여기고서도 중국이 한류에 열광하기를 바란다면 넌센스다. 한류의 지속은 우리가 그들 사회의 장단점을 인정하고 감싸 줄 때 가능하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게 오지 않는가.
서영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