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으로 정책 검증, 歸責도 국민 몫?

입력 2005-10-26 14:38:45

정부가 한나라당이 제기한 감세안을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을 줘 논란이 일고 있는 감세 문제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이다. '8'31 부동산 대책'과 마찬가지로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보이나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주요 국가 정책을 국민에게 물어보고 결정한다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은 소득세율 2% 포인트 인하와 법인세율 3% 포인트 인하 등을 뼈대로 한 감세 관련 입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반면 재경부는 감세 혜택이 부유층에 집중돼 소득 양극화 심화와 세입 기반을 잠식해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감세안이 실현될 경우 11조4천억 원 정도 감세 효과가 발생하나 상위 20%의 고소득층은 7조 원, 하위 20%의 서민층은 2조 원의 감세 혜택을 누려 주수혜자는 고소득층이라는 것이다.

재경부의 여론 조사는 감세 효과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려 한나라당 감세안의 철회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경부의 의도와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경우 논란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에도 금이 가게 된다. 늘어나는 세금에 부담을 느끼는 국민이 상당수에 달한다는 점에서 그 개연성이 적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9조 원의 적자 국채 발행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했다. 정부는 여론조사라는 '꼼수'가 아니라 당당한 정책 홍보로 야당의 감세안에 맞서는 게 옳다. 또 불요불급 예산 삭감 및 낭비성 지출을 억제하는 게 우선이다. '꼼수'는 '꼼수'를 부른다. 여론조사는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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