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아슬아슬 줄타기

입력 2005-10-26 11:30:02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의원들이 연일 날카롭게 충돌하고 있다.이 총리는 25일 통일·외교분야 질의 답변 과정에서 정체성 논란,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 문제 등과 관련해 감정섞인 대응도 마다하지 않았다.

첫 번째 대정부 질문 주자로 나선 한나라당 이방호(李方鎬) 의원이 이 총리의 전날 답변 태도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 이날 충돌의 시발점이 됐다.이 의원은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장소인 만큼 의원들의 쓴소리에 대해 총리나 각료가 공격적으로 대답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국회 권능을 위해 진지하게 답변하는 데 협조해 달라"고 이 총리에게 '충고' 했다.

이후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 '북한 아리랑 공연 남측 인사 대규모 관람' 등 현안을 놓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던 두 사람은 결국 이 총리의 부동산 투기의혹 문제에 이르러 폭발했다.

이 의원은 본회의장 대형 화면에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띄워놓고 이 총리의 농지 취득이 투기이며 이에 대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공세를 취했다.이에 이 총리는 "말씀드릴 정도의 가치 있는 질문은 아니지만 국민이 오해를 할까봐서 설명을 드리겠다"며 "일부 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해 돈 들여서 여론 조사를 하셨다니 공은 들이셨는데…"라며 투기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이어 "의원님이 품위 있게 질문하고 사리에 맞게 질문하면 그렇게 답하겠는데 내용이나 소재가 그렇지 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자신의 답변태도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를 정면 반박했다.

한나라당 의원석에서 고함이 터져나왔지만 이 총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왜 의원님이 총리에게 훈계하려고 하느냐? 정책 질의하면 정책 답변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총리의 '대야 공세'는 뒤이어 나온 열린우리당 임종인(林鍾仁) 의원과의 질의 답변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이 총리는 임 의원이 민청학련 사건에 대해 묻자 "저도 10년 징역형이었고, 상당수 사람들에게 국보법과 내란음모죄가 적용됐다"면서 "당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유신체제 내내 수배, 감옥생활을 했지만 그때 (우리를) 빨갱이로 몰던 사람들이 요즘 와서 이념,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살면서 별꼴 다 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최근 '강정구 교수 파문'을 계기로 정체성 투쟁을 선언한 한나라당에 대한 '직격탄'인 셈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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