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빠진 자녀 구하기' 어떻게…

입력 2005-10-25 16:28:15

컴퓨터,거실로나와!

"맞벌이를 하는데 낮에 잠시 집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어요.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정신 없이 음란물을 보고 있는데 얼마나 당황했던지…."

"아이가 인터넷 게임에 빠져 하지 말라고 하면 화내고 몰래 숨어 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녀의 지나친 인터넷 사용문제로 답답해하는 부모들이 적잖다. 지난 19일부터 31일까지 대구지역 초등학교에서 열리고 있는 '함께 만들어 가는 2005 e-Clean Korea 학부모 강연회'(정보통신부 주최, 대한어머니 대구시연합회·경북체신청 주관)에선 학부모들이 인터넷의 역기능을 제대로 알고 자녀에게 바람직한 인터넷 사용을 지도할 수 있도록 교육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1일 대진초등학교(대구시 달서구 대곡동)에서 강연한 김종훈 경북대 강사는 "정보화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중독 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태"라며 "자녀의 올바른 인터넷 사용을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이 지난해 전국의 만 9∼39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를 보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인터넷 중독자(고위험 사용자)는 전체의 3.3%, 인터넷 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는 사용자(잠재적 위험 사용자)는 11.4%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9∼19세 청소년의 경우 고위험 사용자는 4.3%, 중독의 위험이 높은 잠재적 위험 사용자는 16%에 이르러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이 더욱 심각한 실정. 청소년의 73.4%가 게임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답해 청소년 인터넷 중독의 가장 큰 원인은 온라인 게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현실 세계에서의 생활 이상으로 사이버 세계에서의 활동의 폭이 넓어져 갈 것"이라고 내다본 그는 "기술적·법적·제도적 장치의 보완과 함께 자라나는 N세대들이 정보통신 윤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윤리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성산초등학교(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에서 강연한 백운용 계명대 강사는 "매일 2시간 이상 인터넷을 계속 하면 중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틀에 한 번 1시간씩 인터넷을 사용하도록 자녀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분노를 표시하는 것이 대표적인 중독 증상의 하나라고 말한 그는 부모가 지나치게 아이를 통제하는 것도, 자기 일이 바빠 무조건 학교·학원 등으로 아이를 떠미는 것도 문제라며 부모가 자녀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했다.

"자녀의 인터넷 사용을 막기 위해 부모가 화를 내고 아이를 때리고 윽박지르는 경우가 적잖은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부모도 인터넷 게임 등을 배워 자녀와 함께 역할 놀이를 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아이가 수긍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부모가 인터넷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당부한 그는 컴퓨터를 공개된 장소인 거실에 내놓고 자녀가 음란물을 볼 경우 무조건 막으면 더 호기심을 가져 숨어 보게 되므로 자녀와 터놓고 진지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 중독 진단표

1. 애초 마음먹은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인터넷을 사용한다.

2. 인터넷 때문에 집안일(방 정리, 청소 등)을 소홀히 한 적이 있다.

3. 가족,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인터넷이 더 즐겁다.

4. 최근 새로 맺은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다.

5. 주위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너무 오래한다고 자주 불평을 듣는다.

6. 인터넷 때문에 성적이나 학교 생활에 문제가 있다.

7. 다른 할 일을 놔두고 먼저 전자우편을 확인한다.

8. 인터넷 때문에 일의 생산성이나 창의성이 떨어진 적이 있다.

9. 누가 인터넷에서 무얼 했냐는 질문에 사실을 숨기거나 얼버무린 적이 있다.

10.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인터넷으로 스스로 달래본 적이 있다.

11. 다음 번 인터넷 접속 시기를 미리 정해 놓는다.

12. 인터넷이 없는 생활은 따분하고 공허하며 재미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3. 인터넷 사용 중 누군가 방해를 한다며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낸 적이 있다.

14. 인터넷을 하느라 잠을 못 잔 적이 있다.

15. 오프라인 상태에서 인터넷을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16. 인터넷 사용도중 "몇 분만 더"라고 말하며 시간을 더 허비한 적이 있다.

17.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적이 있다.

18. 다른 사람에게 인터넷 사용시간을 숨기려 한 적이 있다.

19. 가족, 친구들과 외출하려고 하기보다 인터넷 접속을 위해 집에 남은 적이 있다.

20. 우울하고 긴장되었다가 인터넷 접속 후 이런 감정들이 모두 사라진 적이 있다.

(점수 1=전혀 그렇지 않다. 2=조금 그렇다. 3=보통 그렇다. 4=자주 그렇다. 5=항상 그렇다. 0=해당사항 없다.)

→총점이 20∼49이면 정상(인터넷을 오래 쓸 때도 있지만 자기 통제 가능), 50∼79이면 중독 초기(인터넷 사용과 관련해 발생한 문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 70∼100이면 중독 중증(인터넷 사용이 일상생활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및 전문가의 도움 필요).

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지난 21일 대진초교에서 열린 '2005 e-Clean Korea 학부모 강연회'.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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