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헌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 깃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백석(1912∼1985) '모닥불'
여러분, 아직도 백석(白石) 시인을 모르십니까?
1930년대의 식민지 조선 시단에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졌으며, 분단으로 수십 년 동안 잊혔던 시인이지요. 1987년 분단 이후 처음으로 '백석시전집'이 발간되어 문학사에서의 감격적인 복원을 이루었습니다. 그 후 백석은 시인과 독자들에게 너무나도 사랑을 받는 소중한 시인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1936년 깔끔한 표지로 만들어진 시집 '사슴'을 발간했을 때 문단에서는 크나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국주의의 착취와 폭압에 무방비 상태로 무너져 가던 우리들의 고향을 시집 속에다 온통 가득 채웠던 시인이었기 때문이지요. 평안도 정주 지역의 투박한 방언으로 잊혀 가는 고향의 그림을 아름답고 정겨웁게 그려낸 시인이 바로 백석이었던 것입니다. 백석의 시집을 읽은 뒤로 독자들은 그제야 고향을 되찾아야겠다는 다짐을 속으로 하게 됩니다. 그의 시전집에는 100편이 넘는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모닥불'은 살아가는 일이 늘 춥고 힘들었던 민족의 가슴에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려 했던 시인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느끼게 됩니다. 만약 백석의 시비를 세우게 된다면 시인의 깊은 사상이 담긴 이 작품을 새기는 것이 가장 적절할 듯합니다. 이 가을에 백석의 시전집을 읽으며 어둠의 시대에서 고결함을 지키려 했던 한 시인의 시정신에 푹 잠겨보시기 바랍니다.
이동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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