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공연장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다시 분노하고 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실규명은 사라지고 '혁신도시 유치'라는 지역의 이익에 밀려 자신들의 '한(恨)'이 묻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공연장 참사 뒤 경찰의 수사는 더뎠지만 상주는 빠른 회복속도를 보였다. 많은 이들이 분향소를 찾았고 앞다퉈 낸 성금은 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수사는 용두사미로 결말이 나고 최근에는 혁신도시 문제가 전면에 떠오르면서 이들의 아픔은 뒷전이 됐다.
지난주 김근수 상주시장은 그동안 사회단체가 모아온 '혁신도시 유치 기원 종이학'을 한국도로공사 측에 전달하는 자리에 참석, 시민들의 염원을 앞세워 혁신도시 유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으며 일부에서는 공연장 참사가 혁신도시 유치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사망자 유족대표들은 24일 국회 기자실을 찾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3당 대표를 항의방문했다. 유족들은 이날 진실규명 요구가 '혁신도시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앞서 유족들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진실규명을 약속한 사람들은 어디 갔느냐"며 절규했다. 유족들은 '빛나는 시민정신'에 자신들의 부모, 자식이 짓밟히고 가슴 미어터지는 고통으로 숨져간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묻혀버린 것에 통한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진실규명 없는 보상협의는 참사를 하루빨리 덮어 버리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결국 24일 저녁부터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자신들의 슬픔을 돈 몇 푼으로 보상하고 '고인에 대한 예의'가 혁신도시 유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참사의 고통을 안고 있는 유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민정신'이 아쉽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