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대구, 제대로 달리고 있나?

입력 2005-10-25 11:56:11

대구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달구벌대로가 시원스레 뚫렸다. 뒤늦은 산업구조 개편으로 아직 활력을 되찾지 못한 대구경제의 답답함도 조만간 확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지하철 2호선 개통 소식과 함께 전해진 '대구권 광역교통망' 계획을 보면, '동남권의 수도' '과학'기술 중심도시'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대구가 과연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 교통은 시민 생활과 문화뿐만 아니라 산업발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본 인프라다. 따라서 교통계획은 경제'사회'문화 전분야에 걸쳐 종합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구경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옛 삼성상용차 부지'와 '성서4차 첨단산업단지' '성서첨단산업단지(성서3차)' '북구 칠곡지역의 모바일 밸리' 등지의 신성장 기업들이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구미산업단지와의 광역 대중교통망 연결 계획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경제'생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대구 북구권과 경북 칠곡, 구미 지역의 10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의 편의도 고려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수성못과 동대구역, 대구공항, 봉무산업단지, 엑스코를 연결하는 모노레일 건설 계획은 행정편의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대구선 이설구간과 금호강변을 활용하면 모노레일 건설은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연계성이 높지 않은 동대구역~대구공항과 아직 모습조차 그리지 못한 봉무산업단지를 잇는 -즉 수요가 불확실한- '?'자형 노선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통노선이 '일자형'에 가까울수록 효과적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동대구역~경북대~엑스코(1차) 및 동대구역~대구공항~봉무단지(2차)로 갈라지는 수지(樹枝)형 노선이 설득력 있다. 또 이 수지형 노선은 향후 경부고속도로를 통과해야 하는 등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지만, 자가용 없이는 생활이 불편한 동구 지저동, 불로동, 지묘동 및 연경동 일대 대규모 택지개발 예정지 주민들에게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을 제공할 수 있고, 엑스코와 동'서변동, 칠곡지역을 이어줌으로써 광역교통망과 연계될 수 있다. 그만큼 모노레일의 경제성과 효율성은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대구는 자급자족형 중소도시가 아니다. 대구 내부적인 효율성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주변도시를 품고 아우르며, 나누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다. 대구공항과 봉무단지, 유통단지, 엑스코 및 대구경제의 활성화 역시 '대구만 생각하는 편협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대구시의 행정력만으로 어렵다면,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다른 지자체의 힘까지 빌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해야할 일'을 하는 지혜와 용기,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석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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