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엔 기생충 국산배추는 '금값'

입력 2005-10-25 10:38:36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는 언론 보도가 있은 이후 중국산 기피 현상으로 국내산 배추와 무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매 상인들은 값이 워낙 치솟는 바람에 오히려 판매량은 줄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24일 대구 칠성시장에서 판매되는 배추 포기당 가격은 3천500~4천 원 선.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올 추석 직후에 비해 2배가량 오른 셈이다. 납 김치 파동이 있기 전만 해도 산지 출하량이 다소 적은 탓에 평년보다 조금 비싼 값에 거래되는 것으로 여겼을 뿐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는 시장 상인들도 예상치 못했다.

실제로 기생충 발표가 나온 직후인 23일 대구 매천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배추 상품 100포기 경락가는 35만 원으로 치솟았다. 포기당 도매가만 3천500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소매가는 4천 원 선을 육박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칠성시장 원주상회 편채현 씨는 "상품 배추의 경우 포기당 4천 원을 받아야 이윤이 남지만 서민들의 장바구니 사정상 3천600~3천700원 선에서 머물고 있다"며 "가격이 오른 만큼 주부들의 구매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무도 비슷한 상황이다. 개당 가격은 1천800~2천 원으로 작년 대비 2배가량 오른 셈. 이대로 11월 중순을 넘길 경우 김장철에 접어들게 돼 배추·무 가격만 따져봐도 전년도에 비해 2, 3배 이상 김장 재료 폭등이 예상된다는 것.

이마트의 경우 만촌점 기준으로 24일 배추는 2천950원, 무는 2천23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이마트 대구 5개점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배추는 36%, 무는 34%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특히 배추의 경우 10월 둘째주(10~16일)엔 작년 대비 34%가량 매출이 떨어졌다가 지난 주부터 다시 판매량이 급증세로 돌아섰다. 이마트 관계자는 "배추 포기당 가격이 3천 원을 넘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향후 산지 물량과 판매량에 따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처럼 국내산 배추·무 값이 폭등할 경우 납·기생충 검출 파동에도 불구하고 대형 음식점들은 가격 부담 때문에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2001년 494t에 불과하던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지난해 7만3천여t, 올해 8월까지 7만1천여t에 이르렀다.

매천시장 한 관계자는 "11월 중순 이후 가을배추가 본격 출하되면 가격이 다소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이처럼 채소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할 경우 그만큼 구매력이 떨어져 상인들로서는 손해"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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