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서 소수민족간 인종폭동

입력 2005-10-25 09:37:08

사흘째 약탈·파괴 계속

영국 잉글랜드 중부의 소도시 로젤스가 인종폭동의 광기에 휩싸였다. 22일부터 사흘째 분노한 폭도들이 거리를 휩쓸면서 술집과 상점들이 약탈과 파괴의 대상이 됐고 이 과정에서 한 명은 칼에 찔려, 다른 한 명은 총탄에 맞아 숨졌다. 거리에 주차된 차량은 야구 방망이 세례를 받은 뒤 불태워졌고 싸움을 말리던 경찰관 한 명도 허벅지에 총탄이 관통당하는 중상을 입었다.

폭동이 발생한 소도시 로젤스는 원래 카리브해 연안 출신의 서아프리카계 흑인이 먼저 정착한 곳이었다. 뒤이어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이민자들이 줄지어 들어와 백인과 흑인, 아시아인이 뒤섞여 살게 됐다.

폭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14세 아프리카계 여학생이 아시아계 남자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소문이었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이 소문은 아시아계 이민의 지속적인 유입에 불만을 품어왔던 아프리카계 커뮤니티 안에서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소문의 확대 재생산에는 인터넷이 큰 역할을 했다. 아프리카계가 운영하는 지역 인터넷 매체들은 근거도 없는 14세 소녀 강간 소식을 대서특필했고 분노한 댓글들이 줄지어 달리면서 증오심은 불타 올랐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22일 아프리카계 주민 원로가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는 100여 명이 모였고 회의가 끝난 뒤 일부 청년들이 폭도로 돌변했다. 상의에 달린 두건을 덮어 쓴 40여 명의 흑인 청년들은 야구방망이, 각목 등으로 무장하고 아시아계를 습격했다. 파키스탄계 주민 등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식당, 미용실 등이 파괴되고 약탈을 당했다.

이어 파키스탄계 청년들이 들고 일어났다. 돌과 각목, 칼 등으로 무장한 이들 파키스탄계 청년들은 지나가는 흑인을 마구 폭행하고 흑인 거주지역의 차량을 불태우고 가게를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20세 흑인 청년 1명이 칼에 찔려 숨졌다. 사흘째 충돌이 계속되면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18세 청년 한 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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